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면서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시간표도 앞당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CBDC 발행·유통이 향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가 나오면 비트코인 등은 투기 수요만 남는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CBDC와 가상화폐가 상호 보완 관계를 이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중으로 가상환경에서 CBDC 파일럿 테스트(시험)에 들어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CBDC 설계와 기술 면에서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각국은 분산원장 같은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국가 간 외환 거래와 현금 사용량 감소에 대비하고 공공 소액결제 수단을 확보하고자 CBDC 발행을 추진 중이다.

최근 65개 중앙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86%는 디지털 화폐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춘절(春節·설)을 맞아 베이징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실제 거래에 쓰도록 나눠주는 시험을 했고, 미국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디지털 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각국의 CBDC 발행 움직임이 기존에 나온 가상화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 가상화폐와 달리 기존의 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돼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9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가상화폐가 처음 등장한 이후 가파르게 가격이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화폐가 갖는 지불 수단으로서의 한계 등이 드러났다"며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좋은 말로 가상화폐가 '가치저장의 수단이 된다'고들 하는데, 저장 수단이라면 안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CBDC가 발행되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는 투기적 수요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 등이 CBDC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향후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이미 '디지털 쩐(錢)의 전쟁'은 시작됐는데, 디지털 쩐이 나오면 가상화폐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 단순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는 암호화폐를 '화폐'라고 보기 때문인데, 비트코인은 원래 결제 수단이 될 수 없고 그게 목적도 아니다"며 "현재 법정화폐 외에 지역화폐가 쓰이는 것처럼 CBDC가 발행된다고 해도 비트코인은 지역화폐처럼 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의 디지털화라고 했을 때 디지털화한 자산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암호화폐"라며 "CBDC와는 상호 보완적으로 더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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