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의 의미와 효과

필자는 세무사법을 담당하는 한국세무사회 법제이사로서 이창규 회장을 보좌하여 세무사회 56년 숙원사업인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데 기여한 것을 인생 최대의 보람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는 2003년부터 추진해 기획재정위에서 매번 통과하였으나 변호사 출신이 포진하고 있는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회원들은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폐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특히 고위직 출신임을 내세우며 힘 있는 일꾼이라고 주장하며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겠다’고 큰소리쳤던 백운찬 전임회장도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하지 못하자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폐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창규 회장이 변호사의 자동자격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하였을 때 ‘고위직 출신회장도 폐지하지 못하였는데 이창규 회장이 법을 통과시키겠냐’며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창규 회장은 백운찬 전임회장이 선거결과에 불복해 회장실문을 잠그고 업무인수인계도 해주지 않는 등 이창규 회장의 직무수행을 방해하고, 백운찬 집행부인였던 이종탁·김광철·이재학 전 부회장들이 이창규 회장이 대내외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회장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발목을 잡았어도 혼신의 노력으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였다.

필자는 대내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혔음에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해 세무사회 56년 숙원을 성취하여 주신 이창규 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국회에 상주하며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되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정구정 전회장께도 감사 드리며 자동자격제도의 변천과 이번 세무사법 개정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살펴본다.

1. 세무사 자동자격제도의 변천

전문자격사제도는 국가가 업무수행의 전문성을 시험을 통하여 검증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전문자격사는 자격시험을 통해 취득하는 것이 원칙이며, 다른 자격사에게 세무사자격을 덤으로 주는 소위 ‘자동자격부여제도’는 지극히 임시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이다.

정부는 1961년 세무사법을 제정하면서 부족한 세무전문가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하여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 이외에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고시에 합격한 자 ▲상법, 재정학, 회계학 또는 경영경제학에 의하여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받은 자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으로서 상법, 회계학, 재정학, 조세론 또는 경영경제학을 1년 이상 교수한 자 ▲상법, 회계학, 재정학 중 1과목이상을 선택하여 고등고시에 합격한 자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로서 국세 또는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통산 10년 이상 근무한 자’에게 세무사 자동자격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별다른 검증과정 없이 자격이 부여되고 있다는 것은 곧 해당 자격사의 전문성과 자격제도의 정체성 및 독자성이 미완의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정당하게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는 전문자격사로서의 자존심에 멍에가 되어왔다.

이후 세무사시험합격자가 배출되어 세무사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서 제도도입 당시 일시적으로 시행된 자동자격부여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되어 왔다. 1972년에는 박사·석사학위자, 교수, 고등고시합격자 등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가 폐지되었고, 1999년에는 공무원에 대한 특혜를 폐지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국세경력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도 폐지되었다.

그러나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폐지는 대한민국에서 강력한 이익단체로 자리 잡은 변협과 회계사회의 힘의 논리에 의하여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폐지 건의는 정부에서 수용되지 않고 묵살되었다.

그래서 세무사회 조차도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폐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이는 2002년 이전까지 세무사회가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할 것을 정부에 건의만 하였고,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을 국회에 한 번도 제출하지 못한 것에서도 증명된다.

2. 2017년 세무사법 개정의 의미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의 철옹성을 깨트린 것은 제23대 정구정 전회장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정구정 전회장은 2003년 10월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을 국회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하였다.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세무사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재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사위원회 위원 16명 중 15명이 변호사 출신이었던 법사위원회에서 변호사와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은 계속 부여하고, 2004년 이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세무사등록을 못하도록 해 2004년 이후 합격한 변호사는 세무사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기장대행과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의 세무사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법안이 수정되었다.

한편 2003년의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이 차단되어 ‘세무사’ 명칭사용이 금지되고, 변호사의 직무인 법률사무에 포함되는 조세행정심판·조세소송 대리 등의 세무관련 업무는 수행할 수 있으나 기장대행과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의 세무사 업무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개정된 내용의 적법성에 대한 법령해석은 대법원의 판례를 통하여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2두1105 판결).

결론적으로 2003년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가 세무사 자동자격을 부여받으나 기장대행과 조정계산서 작성 등의 세무사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에게 세무사자격을 계속 부여하면서 세무사 명칭사용을 금지시키고, 기장대행 및 세무조정계산서작성 등의 세무대리 업무를 못하도록 하는 법체계의 모순이 제기되었고, 이를 빌미로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회는 법적 논리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개진해 2008년 헌법재판소는 “변호사는 세무사자동자격을 가지더라도 세무실무능력과 세무전문성이 없으므로 세무사 명칭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로 합헌”이라고 결정(2007헌마248)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의 집요한 법적 분쟁은 계속 제기되었다.

따라서 2017년 세무사법개정을 통해 이루어낸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의 성과는 세무사법 체계의 모순을 바로 잡고, 변호사가 앞으로 세무사의 업무침해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세무사제도의 백년대계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3. 자동자격폐지의 의미와 효과

첫째, 마지막 남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이 폐지되어 지난 56년 동안 세무사자격은 ‘덤으로 부여되는 2종 자격’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게 되었고, 세무사는 조세전문자격사로서의 독립적 지위와 명예를 확보하게 되었다.

아울러 ‘자격은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부여한다’는 자격사제도의 기본원칙을 확립하였다. 세무사시험을 준비하는 국민(수험생)의 헌법상 보장된 공정경쟁과 평등성을 확보하였으며, 세무사는 세무서비스시장에 있어서 국가가 인정한 유일한 전문자격사가 되었다.

둘째, 종전 세무사법은 세무사자격을 자동 부여하면서도 세무사 명칭사용과 업무를 제한하는 입법 체계상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어 왔고, 변호사들은 이를 빌미로 세무사자격에 따른 업무수행 권리를 계속 주장하면서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법적 분쟁을 계속하여 제기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에게 형식적으로 부여했던 자동자격마저 폐기하여 그 동안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였다.

셋째, 지난 2003년의 세무사법 개정과 이번 2017년의 세무사법 개정은 세무사의 독자적 위상을 확립하여 변호사에 대한 시장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로스쿨 등에 의하여 매년 2000명씩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앞으로 세무서비스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의도를 차단하게 되었다.

넷째, 우리회는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잘못된 법안심의의 관행까지 바꾸어 가면서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법안을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하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킴으로써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우리회는 2003년 제16대 국회, 2007년 제17대 국회, 2009년 제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변호사의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법안을 상정시켜 통과시키고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번번이 법안심의가 보류·폐기되었던 전례가 있었고, 2016년 제20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20대 국회에도 법사법위 소속 국회의원 17명 중 12명이 변호사였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창규 회장은 국회의장과 주요 정당 당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도록 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직권상정은 국회 개원 이래 최초의 사례였던 만큼 우리회 집행부의 열정과 회원들의 열망이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였다고 자평할 만하다.

최근 많은 회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매년 세무대리시장에 쏟아지는 신규인력에 의한 공급과잉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로스쿨을 통해 매년 2000여명 이상의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면서 이미 변호사 숫자가 2만 3천여명으로 치솟아 있는 현실에서 세무사업계는 이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타자격사에 대한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함과 동시에 변호사들에 의한 세무서비스시장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는 이번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폐지 세무사법 개정은 앞으로도 어떠한 위기도 세무사회 회원들의 단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전기(轉機)를 마련하였다는데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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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15호(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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