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는 ….  

상속세나 증여세는 세무서장의 결정이 있어야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국세임에도 우리는 양도소득세나 부가가치세처럼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납부할 세액이 확정되는 국세로 보아 납세의무자가 [자진납부]를 하지 않으면 그 이튿날부터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법(상증세법 제70조)도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때에는 [자진납부]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필자는 오래 전부터 여기에 토를 달아 왔다. 정부결정제도를 신고납세제도로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2021.4.27.) 감사원이 부동산 양도소득세부과처분에 대한 심사를 하면서 세무서장이 한 납부지연 가산세 부과처분의 정당한 사유를 양도소득세는 납세의무자의 신고에 의하여 납부할 세액이 확정되는‘신고납세제도'라는데 두었다. 그렇다면 신고납세국세가 아닌 정부결정 국세인 상속세나 증여세는 과세표준 신고 시 자진납부를 하지 하였다하여 가산세를 부과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필자는 2018.5.2.자 졸고(拙稿) “상증세를 신고납부제도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 2019.3.10.자 “상증세, 납부불성실가산세 부과, 맞나?”에 대한 대답을 아직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1950.3.22. 상증법이 제정된 이래 지금 까지 법 제70조에 따라 과세표준 신고를 하면서 [자진납부]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이게 옳은가? 법문만 놓고 보면 옳다. 납부지연가산세는 이자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법 제70조가“제67조(상속세납부기한)와 68조(증여세납부기한)에 따라 상증세를 신고하는 자는…[자진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세금을 안 내었을 때는 똑같이 이자만큼의 덕을 보고 있으므로 똑같이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조세공평주의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법률인 국세기본법(§22③)은 상속 증여세는 그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하는 때에 확정된다고 하였다. 즉 세법에 규정된 과세요건이 충족되면 법률상 당연히 납세의무가 성립된다 할 것이나, 이는 추상적인 납세의무로서 

국세가 납부 또는 징수되기 위해서는 그 세액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증세의 자진납부 불이행에 대하여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우리가 1950.3.22. 상증법제정시 일본의 국세통칙(15조, 16조)을 해석기준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 일본의 세법통칙은 납세의무의 확정제도를 정부결정제도와 신고납세제도로 나누지 않고 모두 신고납세제도로 규정하고 있다.(§16)  
 
■ 국세기본법과 상속증여세법 

국세기본법 제3조 제1항은 국세기본법과 개별세법의 관계를“국세에 관하여 세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로 하였고, 2019.12.31. 개정 전 에는“국세기본법에서 특례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이법은 세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하면서 특례규정을 「연대납세의무자에 대한 서류의 송달, 국세부과의 원칙-조세감면, 납세의무의 승계, 연대납세의무, 국세의 우선권, 과세의 관할관청」으로 정하였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22조 제1항은 “국세는 이법 및 세법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그 세액이 확정된다”하면서 동조 제3항에서 (상증세)는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하는 때로 하였다. 따라서 상증법 제70조의 [자진납부] 규정은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부가 결정전의 [자진납부]이며 이는 납세의무자의 납부편의를 위한 임의규정으로 보아야 함에도 강행규정으로 보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 조세포탈범의 기수시기를 보아도 소득세나 법인세의 기수시기는 신고납부기한의 경과시점이나, 상속세나 증여세의 기수시기는 조사결정 후 고지한 세액의 납부기한 경과시점이다. 

■ 상증세 [자진납부] 안해도 [강제징수] 안돼(국세징수법 제24조)

사법상의 채무는 원칙적으로 대등한 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서 성립하지만 조세가 납부 또는 징수되기 위해서는 납부할 세액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는데 상속세와 증여세는 정부가 세액을 결정하여야 구체적인 조세채무가 발생하므로 상증법 제70조의 [자진납부]는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강제징수를 할 수 없다.(§24)  따라서 [자진납부]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강제징수를 한다면 본세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기 이전에 가산세 납부를 강요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 상증법 제70조의 “…세액을 납부하여야 한다”는 뜻은?

상증법 제67조와 제68조의 과세표준 신고는 정부가 과세표준을 결정할 때 참고가 될 자료를 제출하는 국민의 협력의무에 불과하며(대판 1984.3.27.82누383.2016.8.18. 2015두41562)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는 자진납부여부에 불구하고  신고세액 공제를 한다. 따라서 상증법 제67조와 제68조의 무신고에 대하여 협력의무 위반으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자진납부]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당해 조항의 합목적성에 반하여 납세자의 재산권을 부당히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 그렇다면, 신고납세제도로의 개정을…? 

상증세법상 상속세의 법정 결정기한(9개월, 6개월)은 훈시규정에 불과하므로 법정 결정기한으로부터 5년 후에 결정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으며, 납세자의 잘못이 아님에도 실지사례를 보면 가산세가 본세의 87.5%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행정력을 절감하고 성실신고 및 납부의무 위반을 미연의 방지책으로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할 이유도 충분히 있다 할 것이므로 우리의 상증세를 일본의 상속세(15조, 16조)처럼 신고납세제도로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세무사신문 제802호(2021.8.16.)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