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대응채권 매입 속도 다시 낮춰…기준금리는 0%로 동결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채권 매입 속도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함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대대적인 돈풀기를 완화하기 위해 한걸음 전진한 것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지난 2개 분기보다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최근 자금조달 여건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PEPP 대응채권 매입속도를 지난 2개 분기간 수준보다 현저히 낮은 속도로 완화해도, 자금조달 여건이 유리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응채권 매입규모는 적어도 내년 3월 말까지 1조8천500억 유로(약 2천566조원)로 유지한다.

ECB는 앞서 지난 3월 2분기 코로나19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1분기보다 상당히 높이기로 한 뒤 6개월 만에 속도를 다시 낮추기로 했다.

ECB는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자산매입프로그램(APP)도 월 200억 유로(약 27조 원) 규모로 지속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여성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하지 않는다(The lady isn't tapering)"면서 '그 여성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는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의 명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유리한 자금조달 여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 매입 속도의 눈금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CB가 코로나19 이후 돈풀기 속도를 낮추기로 한 배경에는 급등하는 물가가 있다.

ECB가 정한 물가상승률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ECB는 올해 하반기 통화정책전략을 수정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 바로 아래에서 2%로 18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독일의 소비자물가가 28년 만에 최고치인 3.9%로 치솟는 등 소비자물가 급등세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6% 올라 두 달 연속 30년 사이 최대폭 상승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로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닐 비렐 프리미어 마이튼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에 "ECB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ECB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을 지원하는 것과 경제성장 전망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5%로 상향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올렸다.

ECB는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2.2%, 내년에는 1.7%, 2023년에는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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