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 면제 과목서 대거 과락…산업인력공단 "합격률 조정 불가능한 구조"

올해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의 약 3분의 1이 세무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격한 수험생 가운데 일부는 세무공무원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 시험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인다.

2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국가자격시험 관련 사이트 '큐넷'에 공개된 제58회 세무사 시험 최종 합격자는 706명으로, 이 중 33.57%(237명)가 '경력에 의한 일부 시험 면제자'다.

237명은 모두 세무공무원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다른 유형의 면제자는 모두 불합격했다"고 말했다.

올해 합격자 가운데 세무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2020년 평균(3%대)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세무공무원들이 면제받은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이 82.13%에 달했기 때문이다. 세무공무원들은 20년 이상 재직하면 세무사 2차 시험 4개 과목 중 세법학을 면제받는다.

세무사 시험은 한 과목이라도 과락하면 다른 과목을 아무리 잘 봐도 불합격한다. 일반 수험생들이 '세법학 1부'로 인해 대거 떨어지면서 합격자 중 세무공무원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한 수험생은 연합뉴스에 "과락률 82.13%는 매우 극단적인 수치"라며 "국세청 눈치를 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세무공무원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일반 수험생을 최대한 떨어뜨린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 수험생은 "세법학은 논술형이라 채점자의 주관으로 점수 조정이 가능하다"며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출제영역별로 위촉한 외부 전문가가 기준에 근거해 시험 문제를 내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특정 집단에 유리하도록 합격률을 조정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 정답지 공개와 재채점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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