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유류세' 인하로 한동안 안정된 유가…다시 폭등 조짐
삭감됐던 유가보조금 …"기름값 상승 못 막고 보조금만 깎은 셈" 불만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충청남도 천안에 거주하는 김정동(가명·5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기름값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화물차 유가보조금만 삭감했으니 생업이 달린 차주 입장에서 정말 답답하죠." 
작년 11월 유가 억제를 위해 실시한 유류세 인하 조치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평균 휘발윳값이 다시 치솟으면서 당시 유류세와 연동해 유가보조금이 삭감된 화물차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686.54원으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최고가인 서울 평균 가격 역시 1천756.89원으로 곧 1천800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화물차주들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 만큼 유가보조금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톤짜리 화물차를 운행하며 기름값으로 한 달에 약 500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20년 차 화물차 기사 김정동 씨는 정부의 유가 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유류세와 유가보조금을 연동시킨 현행법은 유가 상승의 고통을 화물차주에게 과하게 전가한다"면서 "인하된 유류세에 따른 세금 공백을 보조금 삭감으로 채웠으면 기름값이라도 제대로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일단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이전 수준으로 올려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 이진명(가명·50대)씨는 "작년에 유가보조금의 3분의 1이 삭감됐다"며 "코로나로 일감도 줄었는데 갑자기 오른 기름값에 이번 달 유류비 지출이 얼마나 나올지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작년 4월부터 화물업을 시작한 오순원(가명·40대)씨는 "유류비로 월평균 300만~500만 원 정도 지출하는데 유류세 인하 혜택을 사실상 못 봤다"면서 "삭감분만큼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씨는 "유류세와 별도로 실제 기름값에 연동해 유가보조금을 주거나 운행한 ㎞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피넷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원인으로는 지속되고 있는 국제 고유가·고환율이 꼽힌다.

현재 국제유가가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 당 9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도 1천200원 선을 넘었다. 이에 따라 덩달아 높아진 석유 수입 비용이 국내 유가에 반영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원유 비축분이 적은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율까지 높아졌다"면서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겹칠 것으로 보여 국제 유가 상승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오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유가보조금은 유류세의 일부를 돌려주는 개념"이라면서 "관련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지 않은 채 유가보조금을 삭감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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