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정학회 '새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방향' 정책토론회
"선거 과정 내놨던 일부 공약 철회 검토해야"

주택 보유세 인상으로 주택 가격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 재정과 조세 형평성을 고려해 주식 양도세 폐지 등 일부 대통령 선거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재정학회는 2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방향'을 주제로 2022년도 춘계 정기학술대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안종석 가온조세정정책연구소장은 발표에서 "현재 부동산 과세의 유일한 목표는 다주택자 중과세를 통해 주택 매각을 유도한다는 것"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세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이론적으로 과세 시점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판매 거래에만 적용되고 미래의 세 부담을 알고 주택을 산 사람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과는 굉장히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가격의 변화가 세금에 따른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외에 다른 이유에 의한 주택 가격 변동을 세금으로 잡을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일반적인 평가는 (현 부동산 과세제도 이후) 주택가격 안정화 효과 없이 임대료만 급등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고가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보다 고가 부동산 점유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며 주택 양도소득을 정상 소득과 초과 소득으로 구분해 세율을 달리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안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하지 않으면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제도에서 굉장히 중요한 루프홀(허점)이 생긴다"며 "증권거래세와 양도세 둘 다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과세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저축을 통해 확보한 소득이 과세하지 않는 부분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가상자산의 경우도 투자자산으로 과세해서 다른 투자자산과 중립성을 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기기 위해 내놨던 공약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 병사 월급 200만원, 주식 양도세 폐지, 근로장려금 확대, 부모 급여 등 공약을 예로 들면서 "이런 것들은 의무 지출성에 가까워서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는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책임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정부의 장기 재정 전망은 2025년 이후 총지출증가율을 명목성장률로 통제하는 강력한 재정 준칙 하에서 도달 가능한 결과"라며 재정 준칙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재정이 훨씬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2020년 9월 발표한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D1) 비율은 45년 99.6%로 정점에 도달한 후 재정 상태가 개선돼 60년 81.1% 수준으로 떨어진다.

박 교수는 "현재 소비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내가 벌어들인 것에 맞춰서 쓰겠다는 전제를 갖고 들어온 것"이라며 "의무지출이 증가하는데 총지출 증가율이 묶여있으면 재량지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향후 발생할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적자,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은 국가채무비율 계산에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세대의 복지는 현세대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부가가치세율의 단계적 이상을 정치적 유불리에 구애받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재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현상은 우리 재정의 큰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역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주요국보다 나은 성적표를 기록했지만, 증가 속도가 신흥국 수준으로 빨라 중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진행 중인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양극화, 인구의 고령화라는 시한폭탄이 더할 폭발력을 떠올리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곧 생존의 문제임이 자명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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