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임대차3법 폐지 반대하며 "계약갱신율 상승" 주장
국토부 서울 100대 아파트 조사 결과 작년 5월 갱신율 77.7%

주택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내세우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고 공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며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율이 70%에 이르고 있다. 서울 100대 아파트 경우 78%까지 갱신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세입자 10명 중 7명꼴로 5% 이하의 임대료 인상으로 전·월세 계약을 연장할 정도로 입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니 축소·폐지는 불가하다는 의미다.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70% 수준이란 말은 근거가 있을까?

부동산시장과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3가지가 골자로 2020년 7월 30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에게 한 차례 계약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거주 가능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인 것이고,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릴 수 없게 한 것으로 법 통과 다음날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후 30일 내 세부 정보를 신고하게 한 제도로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율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나라의 부동산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문의했으나 관련 통계를 산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간 부동산 조사 기관을 통해서도 확인이 어려웠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부동산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를 통해 계약 갱신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전·월세 시장을 대표하는 대단지 아파트 100곳(서울 100대 APT)을 대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법 시행 전 1년(2019년 9월~2020년 8월) 동안 평균 57.2%에 그쳤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은 시행 3개월째인 10월에 66.1%로 상승하는 등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행 10개월째인 지난해 5월에는 77.7%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80.0%), 송파(78.5%), 강동(85.4%), 서대문(82.6%), 은평(78.9%), 중랑(78.9%) 등에서 높았다.

이 같은 갱신율 상승의 영향으로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도 기존 3.5년에서 법 시행 후 5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 시행 후 5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임대차 계약 동향 분석 자료도 냈다. 제도 시행 후 5개월간 전국에서 신고된 갱신 계약은 10만231건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사용된 경우가 53.3%였고, 임대료 인상률 5% 이하인 경우가 76.3%를 차지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결과는 비록 서울의 100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긴 했지만 "계약 갱신율이 70%로 높아졌다"는 윤호중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볼 근거가 된다.

윤호중 위원장 측은 "언급한 임대차 계약 갱신율은 지난해 국토부 발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 관련 통계자료는 지난해 두 차례 낸 게 전부"라며 "전월세신고제 시행 후 신고된 거래정보는 인터넷(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개하지만 별도 분류나 집계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높아지고 임대차 기간이 늘어나는 등 세입자 주거 안정이 제고된 면이 있으나, 전세 물건이 감소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올 2월까지 1년 7개월 동안 14.9% 상승했으며, 서울은 10.1% 올랐다. 작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6.5% 상승했는데 이는 최근 5년 평균 상승률인 2.8%를 크게 웃돈다.

인수위가 '임대차 3법'의 축소나 폐지를 검토하는 것도 전셋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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