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vs 5월 11일부터…현 정부 의지에 달려
당청 논의 등 거쳐 시행 시점 결정할 듯

올해 시행을 앞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시점을 놓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배제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당장 이달부터도 시행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조치인 만큼 현 정부 임기 내 시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주택 2년 이상 보유 다주택자는 1년간 양도세 중과 배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한시적으로 배제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는 지난달 31일 경제분과 업무보고 브리핑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율이 아닌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해 한시적으로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2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를, 3주택자에는 30%포인트를 중과한다.

이는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양도 차익의 최고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세금은 82.5%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다주택 중과 제외 대상에 '보유 기간 2년 이상인 주택 양도'를 추가하면 다주택자도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할 수 있다.

단, 법률에서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양도에 대한 세율 중과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을 고치지 않으면 2년 미만 보유자는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항구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해서는 결국 소득세법을 고쳐야 한다.

인수위는 일단 한시적인 중과 배제를 시행하고 향후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정에서 다주택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 이달 중 시행 가능할까…부동산 정책 '회군'에 文 정부 불편 기류
문제는 중과 배제 시점이다. 인수위의 발표로 다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는 기정사실이 됐지만, 이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현 정부의 의지에 달린 상황이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의 동의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시행령 개정 등 행정 절차를 마친 뒤 소급하면 당장 발표일 다음 날부터 중과 배제 적용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했던 2019년 12·16 대책 발표 당시에도 바로 다음 날인 12월 17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중과 배제를 해준 사례가 있다.

당장 이달 중에라도 정부가 발표만 하면 중과 배제 시행이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배제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보고 취득·보유·양도 등 전방위에 걸친 다주택자 규제를 시행했다.

특히 다주택 양도세 중과는 지난 2014년에 폐지됐으나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한 제도다.

자연히 문재인 정부 내에서는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 '회군' 기조에 대해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가 내놓은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지금으로서는 선택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도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무주택자나 1주택자의 박탈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임기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직전에 집 판 사람은 문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지금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시행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는 만일 현 정부에서 양도세 중과 배제가 추진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 출범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에서 이달 중 중과 배제를 추진하든,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든 시차는 한 달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5월 1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 이전을 하면 일단 중과 배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이번 발표를 보고 주택 매도를 결정한 사람이라면 혜택을 받는 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배제 시점이 4월인지, 5월인지는 이미 주택 매도 계약을 체결한 사람 가운데 이달 말 잔금일인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미 주택 매도 절차를 진행 중인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수억원이 오고 가는 문제인 만큼, 이들에게는 중과 배제 시행 시점이 예민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정부로서도 이른 시일 내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확한 시행 시점은 당·청 논의 등을 거쳐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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