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년내 단기 대출 아니라면 당장 높더라도 고정금리 바람직"
"변동금리 대출자도 가산금리·수수료·한도 따져 고정 갈아타기 고려할만"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새로 대출을 받거나 이미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향후 전반적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고정금리가 유리해 보이지만, 당장 변동금리보다 많게는 0.8%포인트(p) 이상 더 높은 고정금리를 선뜻 선택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여전히 22.0%에 불과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의 금리 상승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대출 기간이 약 1년을 넘는다면, 고정금리 쪽을 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대출 기간뿐 아니라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 폭, 대출 한도, 다른 종류 금리로의 대환(갈아타기)대출 가능 여부 등도 선택을 위해 꼭 짚어 봐야 할 변수로 꼽혔다.'

◇ 고정금리 22%만 선택…현재 변동보다 0.46∼0.83%p 높기 때문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550∼5.236% 수준이다.

이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010∼6.070%로, 상단과 하단이 변동금리보다 각 0.834%포인트, 0.460%포인트나 높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예금(수신) 금리 등 조달 비용을 반영해 바뀌지만, 고정금리는 은행채 등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매일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을 바로 받는다. 따라서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체로 고정금리의 상승 속도가 변동금리보다 빠르다.

하지만 일단 현재 대출 시점에서 금리를 고정해놓으면, 변동금리는 앞으로 계속 한은의 기준금리나 시장금리 상승 등과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래 어느 순간부터 고정금리를 택한 대출자가 유리해질 수 있다.

결국 지금의 고정·변동금리 격차가 좁혀지다 뒤집어지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가 관건인데, 전문가들은 향후 약 1년 정도만 빌리고 갚을 단기 대출의 경우에만 변동금리가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의 PB(프라이빗 뱅커)팀장은 "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는 미래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로 대출받는 것이 유리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코로나 변이 확산과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우크라이나 사태 등 때문에 금리가 짧은 기간에 아주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자산관리(WM) 전문위원도 "현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격차가 큰 편"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지만, 한은도 이 속도에 맞춰 금리를 매우 빠르게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만기가 1년 이하인 대출은 변동금리를 고려하되, 대신 최대한 변동 주기를 길게 설정하라고 조언했다.'

◇ "올해만 금리 최소 0.5%p이상 더 오를 것…가산금리 확인한 뒤 고정금리 갈아타야"
하지만 그 이상의 장기 대출과 상환을 계획한 금융소비자라면 당장 금리가 좀 더 높더라도 고정금리를 선택해야 확실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정성진PB는 "올해 미국 연준이 6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겠다고 공언했고, 미국 최근 물가 상승률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올해 최소 2∼3차례 인상(0.5∼0.75%포인트)이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다면 혼합형(고정금리)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경석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팀장도 "중장기 모기지론 등을 이용하려는 경우 금리가 좀 더 높더라도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변동금리 대출자들도 고정금리로의 대환 대출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갈아타기를 결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대출금리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출 금리는 보통 '기준금리+가산금리-실적 우대금리'로 산출되는데, 기준금리는 금리 변동주기(보통 6개월 또는 12개월)마다 새로 적용되지만, 가산금리는 대출 만기까지 고정된다.

따라서 과거 대출의 가산금리가 현재 대환을 고려 중인 상품의 가산금리보다 크게 낮으면, 향후 금리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일단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대환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와 한도도 꼼꼼히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보통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3년간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된다.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약하면 최대 1.2%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금액이 대환에 따른 이자 절감액보다 크다면 오히려 손해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경우도 있다.

대환대출은 신규 대출로 분류되는 만큼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들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 신청 시점의 대출 규제가 새로 적용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변화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일부 상환 후 대환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며 "따라서 가까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은 뒤 결정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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