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반도체 초격차 대책' 마련…인력난 해소도 집중 지원
반도체 '국가안보 자산'으로 집중 관리…공장 신증설 속도 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예고한 새 정부의 '반도체 초격차 대책'에는 지난해 5월 발표된 'K-반도체 전략'보다 더욱 과감한 지원책이 담길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공장 신·증설의 인허가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부처로 일원화해 처리 속도를 높이고,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경쟁국과 유사한 2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 반도체 '국가안보 자산'으로 관리…공장 신·증설 속도 높인다
인수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망 안보 등을 고려해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고, 더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기업+정부' 연합 간 경쟁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며 "그간 여러 대책을 추진해왔으나 여전히 기업들은 인력 확보의 어려움, 경쟁국 대비 낮은 투자 인센티브,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취약 등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위가 이날 언급한 중점과제 4가지는 ▲ 고질적 인력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 ▲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파운드리 투자 확대 및 우수 팹리스 기업의 성장 촉진 ▲ 적기의 공장 신·증설을 위한 규제 해소와 투자·연구개발(R&D)에 대한 실효적 인센티브 강화 ▲ 첨단기술 보호 및 미국 등과의 전략적 공급망 협력 강화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핵심은 규제 해소 및 인센티브 강화와 인력난 해결이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에서 각종 인허가와 지역 내 갈등 등으로 공장 설립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000660]가 120조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첫 투자 계획 발표 이후 3년이 지났으나 지자체 인허가 절차와 토지 보상 문제로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애초 용인 클러스터 첫 번째 반도체 팹의 양산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있었으나 관련 절차가 늦춰지면서 예상 양산 시점도 2026년 이후로 미뤄졌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에선 반도체 공장 투자발표 후 2∼3년 뒤 바로 양산에 들어가는데 국내에선 각종 인허가 문제로 기업들이 공장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 인수위와 정부는 공장 신·증설 인허가 주체를 지자체에서 중앙정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정부 내에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투자지원기구'가 있지만, 아예 부처 한 곳에서 전담하도록 해 행정절차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수소 충전소 확대를 위해 설치 인허가 주체를 지자체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한 사례를 반도체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상 문제 등이 워낙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우니 지자체에서도 반도체 같은 전략산업은 차라리 중앙정부가 전담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어떤 부처로 일원화할지 등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산단 조성 시 지자체 간 갈등을 줄이고자 산단의 지방세 수입을 전력·용수·도로 등 산단에 인프라를 제공하는 인근 지자체와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20%로 상향…인력난 해소 특단조치 시행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핵심 요구사항은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의 경우 현재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 수준이다. 예년 대비 늘어난 투자액에 대해 4%를 추가 공제하는 것까지 합치면 10∼20%를 공제해준다.

이러한 공제율은 올해 초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전보다 상향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경쟁국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미국 상원에는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는 법안이 발의돼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반도체 설비투자비의 최대 40∼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대폭 확대해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인수위는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20%까지 상향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업계의 요구 수준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세액공제율을 경쟁국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력난 해소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발표한 인력 양성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등 유수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까지 전반에 걸쳐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총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고등교육 과정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인력이 부족해 신입사원 채용 후에도 기업 차원의 재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중소기업에서 훈련을 받은 인력들이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아 소부장 업종 내 인력 유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을 전공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전국 대학에 반도체 학부 신·증설을 허용하는 등 반도체 인력확충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K-반도체 전략에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고 5개교에 반도체 장비 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10년간 산업인력 3만6천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석·박사급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주요 분야별로 전문화된 '반도체 대학원'을 지정해 10년 이상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 방안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을 늘릴 수 없는데 법 개정을 두고 각 부처와 지역사회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한국의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새 정부에서 반도체 지원 정책을 국정과제로 채택,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학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점차 경제 안보의 문제가 되면서 세계 각국의 수장들이 직접 반도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새 대통령이 반도체 정책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힘 있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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