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호가 오른 상황서 "제도개선 미뤄지나" 관측에 관망 분위기도
일각 "규제 풀리는 거 맞나" 불만…전문가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 내야"
㈔주거환경연합 등 내일 국회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촉구 결의대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발표 시점을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 등 불합리한 규제의 신속한 완화를 공언했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이미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데다 발표 시점도 당초 예상됐던 이번 주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상당 기간 늦춰지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내부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과 1기 신도시 등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일단 "지방선거도 앞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정부가 결국 규제 완화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며 여전히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선 "집값 안정에 주력하면서 제도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 "규제 푼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오락가락 행보에 헷갈리는 방향성
지난달 말 출범한 인수위는 곧바로 임대차 3법과 재건축 등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 의사를 내비치면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와 관련해선 현 정부에 공개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면서 거부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직후 시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등 집값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자 갑자기 '속도 조절'을 하겠다며 방향을 일부 틀었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2일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은 매우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밝힌 이후 속도조절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지난 15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인수위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됐고 최종 컨펌(확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분과별 중요 현안에 대해 가능하면 1일 1브리핑 형태로 직접 발표하는 일정을 잡아보려 한다"고 예고하며 혼란을 키웠다.

섣부른 규제 완화에 다소 소극적이던 인수위가 다시 금주부터 부동산 정책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위에 다시 이목이 쏠렸다.

이후 원 후보자가 인수위 기획위원장 자격으로 18일 오전 인수위 전체 회의에서 "메시지 중복을 피하고자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인수위에서 별도로 발표하지 않고 국회 청문회를 통해 대외에 발표한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무대를 청문회로 끌고가는 듯 하더니 19일에는 인수위가 다시 "부동산 종합 대책 발표 시점을 고민·조율하는 중이며 이번 주로 예상됐던 발표는 상당 기간 늦춰지게 됐다"고 번복했다.

사흘 만에 부동산 정책 공개를 두고 정리되지 않은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정책이 속도를 못 내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만 잔뜩 키워놓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실망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연합·전국정비사업조합연대·한국재건축재개발조합협회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당선인 공약 이행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분양가상한제 개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공공기여 축소, 신도시 도시 정비 규제 완화 등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촉구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 정부 5년간의 정책 방향을 수립해야 할 인수위가 스스로 혼선을 자초해서는 곤란하다"며 "시장에 분명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규제 완화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혼란스럽다" 반응도
인수위의 이 같은 갈지(之)자 행보에 시장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안전진단 및 용적률 상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손질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리고 일부 매물을 거둬들인 상태다.

그러나 인수위가 오락가락하면서 일부 매수, 매도자들도 관망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선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소형 아파트 위주로 몇 개 거래가 되고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소 올리긴 했지만, 애초 우려할 정도의 시장 불안은 없다"며 "오히려 1년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놓고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는 뒷전으로 밀릴 분위기여서 최근의 인수위 행보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인수위가 시기 조절에 나섰을 뿐이지 언젠간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해 호가도 강세"라면서 "다만 최근 인수위가 몸을 사리는 분위기여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1기 신도시 일대도 대선 직후인 지난달 반짝 거래가 이뤄진 뒤 오른 호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체로 인수위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선 이후 삼성한신 전용 84㎡는 17억2천만원의 최고가에 거래됐고, 한양 아파트 대형은 매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면서 "매물이 부족하고 호가도 오른 상태긴 하지만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서인지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대선 이후 거래와 문의가 늘었는데 새 정부의 정책 발표가 미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시적으로 관망하는 눈치"라며 "호가는 여전히 강세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더 많지만, 거래는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집값 안정에 발이 묶이면서 당초 공약했던 규제 개선은 생각보다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공약을 정리한 큰 틀의 정책 방향은 내달 초 국정과제 발표 때 공개되겠지만 세부 시행 일정은 예상보다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를 포함해 새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며 "규제를 풀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공급 확대 등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결국 시장도 안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전 정부와 차별화가 안 되는 인수위의 행보에 주민들도 갸우뚱하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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