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인수위 속도조절·금리 인상 겹쳐 매수세 주춤
"1기 신도시 최근 상승세 진정됐는데 인수위 재건축 급발진에 불안 조짐"
전문가 "지방선거 앞두고 선심성 공약 경쟁…집값 자극할 수도"

대선 직후 잠시 꿈틀거렸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최근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습이다.

대선 이후 재건축 등 규제완화 기대감에 강남권 아파트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규제완화 발표를 미루고, 속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거래도 다시 주춤한 분위기다.

다만 1기 신도시의 경우 다음달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약 파기' 공세에다 인수위가 다시 재건축을 서두르는 등 '급발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다시 주춤해진 서울 매수세…"정부 방침 명확해지면 사자며 관망하는 분위기"
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대선 변수로 늘어났던 매수세가 최근 들어 다시 주춤해진 모습이다.

강남권은 집주인들의 매도 호가는 강보합세지만, 실제 거래는 시세보다 낮은 것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매수 문의도 줄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월 대선 이후 매물이 늘고, 매수세도 반짝 유입됐는데 4월 이후부터는 매수 문의가 다시 줄고 거래도 뜸한 상황"이라며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24억∼26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실제 거래되는 금액은 이보다 낮춰야 계약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7일 14층이 23억원에 팔렸다. 이는 올해 1월 직전 거래가인 25억원보다 2억원 낮은 것이다.

또 잠실 엘스 전용 84.8㎡는 지난 3월 24층이 26억7천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13일에는 저층이긴 하지만 10층이 23억4천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이 평형의 14층이 최고 2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억원 이상 빠진 것이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놔도 전세 만기가 남은 경우 아예 집을 팔지도 못하고, 실거주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어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이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추진 외에는 아직 명확한 메시지가 없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매수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라며 "시세보다 싸게 내놓지 않으면 계약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대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는 많지 않다.

압구정 신현대 12차 전용 155.52㎡는 지난 3월 25일 51억원, 지난달 15일에는 59억원에 팔리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으나 한양4차 전용 106.71㎡는 지난 3월 30일 33억원에 팔려 작년 11월 4일(35억원) 거래금액보다 2억원 낮게 신고됐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많이 올리면서 매수세가 주춤한 상황"이라며 "가격이 오른 데다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도 오락가락하니 '명확한 정부 방침을 보고 사겠다'며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는 반사이익으로 신고가 거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지난달 2일 사상 최고가인 43억1천만원에 계약되며 직전 최고가인 40억원을 3억원 이상 웃돌았고, 전용 129.92㎥도 지난달 11일 직전 최고가(61억원) 보다 3억원 오른 64억원에 팔렸다.

비강남권은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기간에 팔려는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낮춘 급급매를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됐을 뿐, 시세 수준의 일반 매물은 계약이 안 된다"며 "지난달 추가 금리 인상 이후 매수심리가 더 위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계동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대선 이후 시세보다 싼 급매물만 몇 개 거래되다가 최근 다시 조용해졌다"며 "새 정부 출범 후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가 시행되면 급매물이 더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다 아직 새 정부의 정책 노선도 불명확해서 좀 더 두고 보겠다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도심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선 이후 시세보다 싸게 나온 매물이 몇 건 팔리고는 다시 조용한 분위기"라며 "집주인들이 대선 전보다 높은 가격을 받겠다고 매물을 내놓는데 매수세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4주 연속 보합을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재건축·세제 등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7주 연속 상승했으나 지난주 조사에선 90.5로 전주(91.4)보다 하락하며 회복세에 제동이 걸렸다.'

◇ 지방선거 앞두고 오락가락하는 1기 신도시 정책…집값 상승 뇌관되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는 3월 대선을 전후해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가 3천만∼1억원 가량 뛰고 거래도 늘었다가 4월 중순 이후 다시 매수세가 주춤해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분당 서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시범단지의 경우 삼성·한신, 한양, 우성[006980], 현대 등 4개 단지 총 8천800가구가 공동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높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거래도 문의도 잠잠한 상태"라며 "인수위의 규제완화 속도조절,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강선마을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대선 직후 3월 한 달은 재건축 기대감에 서울·지방에서 원정 투자를 오겠다는 문의 전화도 많았는데 4월 들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며 "이 지역 아파트값이 단기에 3천만∼7천만원 이상 뛰자 매수자들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주 인수위가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중장기 국정과제'라고 밝혔다가 더불어민주당이 "공약 파기"라며 공세를 펼치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반발하자 다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잠잠해진 신도시의 집값 상승세가 인수위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 다시 집값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까지는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인데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걸고 속도전을 펼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상승세가 진정되나 했는데 정치권이 다시 군불을 때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재건축이 경기도 지방선거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선심성 공약들이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당장 특별법을 만들어 재건축을 하더라도 5개 1기 신도시 정비계획과 이주대책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하고 법 제정 이후에도 선행 절차들이 많아 당장 재건축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며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 때문에 여아 모두 과도한 기대감을 부추겨 새 정권 초기부터 집값 불안을 초래할까 봐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1970년대 지은 아파트도 아직 재건축이 안 되고 있는데 1990년대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를 당장 재건축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도시 정비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도시계획,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모두 고려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일 열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공개될 새 정부의 방침이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재건축 규제완화 방침에 대한 원 후보자의 답변에 따라 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원 후보자는 일단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는 "집값 자극이 없도록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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