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2년 유예·대주주 양도세 과세 완화…올해 세법 개정 시 논의
"민주당이 합의해 주겠나…괜히 시장 혼란만 야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국회에서 첫 단추부터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2년 미루고 주식 양도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모두 세법 개정 사안인 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고 단계적으로 주식 양도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예 기간 중에는 현재 시행 중인 대주주 양도세 과세를 완화하는 동시에 증권거래세를 낮춰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과세 완화 방안으로는 양도세 납부 대상인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 기준을 50억원·100억원 등으로 올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원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세를 납부하게 돼 있다.

이후 오는 2023년부터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천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라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는 만큼, 정부의 구상대로 과세 시행을 미루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관련 제도 손질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식 관련 과세가 모두 법 개정 사안이라는 데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하려면 일단 소득세법을 고쳐서 시행 시기를 변경해야 한다.

대주주 기준 금액 변경의 경우 시행령 사안이라 이론적으로는 행정부의 의지로 언제든 개정이 가능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면 현행 과세 체계는 폐기되므로 역시 법을 고치지 않으면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국회에서 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은 첫 단추부터 막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천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고액 투자자만 납부하는 세금인 만큼 대다수 개인 투자자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고, 이미 국회에서 합의한 사안을 되돌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5천만원 이상 양도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전체 투자자 중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식 양도세 폐지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아무 혜택이 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역시 청문회에서 "주식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민주당이 합의해주겠느냐"며 "괜히 유예를 말해서 시장 혼란만 야기한다"고 언급했다.

주식 양도세 완화 조치로 세수 손실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정책연구' 제10권 제3호에 실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세수 효과' 논문에 따르면 주식 양도차익 과세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등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 개편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1조7천억원으로 추정됐다.

가뜩이나 부동산·법인 등에 대한 감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이 유예되면 정부 곳간은 그만큼 빌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올해 정기 세법 및 시행령 개정 때 이 문제를 다룬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논의 방향에 따라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와 주식 양도세 폐지 모두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새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을 업고 주식 양도세 폐지를 추진할 경우 민주당 역시 무조건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개인투자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자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사례도 있다.

결국 부자 감세라는 비판과 개인 투자자 지원이라는 명분 중 어느 쪽에 여론의 힘이 실릴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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