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서 신설…증권·자산운용사 금융리스크 관리 차원

지난 7일 취임한 검사 출신 금융감독당국 수장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본시장 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세부 현황 자료를 체계적으로 입수하기 위해 업무보고서를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 규정 시행 세칙' 일부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

이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회사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회사는 부동산 그림자금융 투자 현황을 오는 6월 말 기준 업무보고서에 담아 제출해야 한다.

업무 보고서에 포함되는 내용은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계약, 부동산 대출 채권·사모사채·지분 증권 투자, 부동산 펀드·유동화 증권 투자, 자산운영사의 부동산 펀드 운용, 증권사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의 현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취임사에서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되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부족함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 중개기구나 상품을 말한다. 자산유동화증권,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대표적이다.

그림자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금융기관이 얽혀있어 일반 금융상품 대비 원금 손실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림자금융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

앞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 등 그림자금융 부실 때문에 시작됐다.

금감원이 이번에 금융투자회사의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현황 자료 입수를 위한 업무보고서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다.

금감원은 2020년 말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시스템'을 가동한 뒤 매 분기 말에 금융투자회사에 요구해 부동산 그림자금융 세부 현황 자료를 입수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자료가 미제출 또는 지연 제출되거나 일부 누락 또는 기재가 잘못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현황 파악에 애로가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현황 자료 입수를 위한 업무보고서를 신설해 금융투자회사가 기한 내 정확하게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