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방향' 주제로 특별 대담 개최
이명박·박근혜 정부 장관 5명만 참석…기업·시장중심 성장 이론 강조
"교육·부동산정책 통해 인구감소 해결해야"…기업인 사면도 요청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들이 새 정부 경제팀을 향해 기업 규제 혁파와 법인세 인하와 과감한 부동산 대책 마련 등의 조언을 쏟아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윤증현, 강만수, 박재완, 현오석, 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을 초청해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개최했다.

윤 전 장관은 현 경제 상황을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사회갈등이 모두 심각해진 '총체적 복합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시장에 초과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환율·물가의 '3고(高)' 현상, 재정·무역 분야의 '쌍둥이 적자',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가격 폭등이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 정부 경제팀의 최대 과제는 물가 안정과 경기 침체 가능성 차단"이라며 "노동계가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불법파업을 중단하는 등 경제주체들이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과거 통계를 보면 실제로 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며 "법인세 수준이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경쟁국 수준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환율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저성장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재외동포에 이중국적을 부여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연금개혁에 대해 국민투표를 제안한다"며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재정 상황을 고려해 재정 개혁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2025년으로 미뤄둔 재정 준칙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며 "선출직 정치인이 재정 준칙을 우회하거나 완화할 수 없도록 금융통화위원회에 버금가는 수준의 독립성을 갖춘 '국가재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전 장관은 "경제부총리는 포퓰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 등 과감한 부동산 대책, 정부의 '퍼주기' 지출 폐지 등 재정 여력 회복, 규제 개혁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전 장관은 "경제정책의 두 가지 중심축은 혁신과 형평"이라며 "말 없는 다수의 장기적 편익을 우선시하고, 경제적 다자주의보다는 가치 공유에 따른 새로운 경제동맹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대담이 기업·시장의 역할을 강조한 성장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된 가운데 일부 전직 장관들은 우리나라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인구 감소를 지적하며 교육과 부동산정책 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강 전 장관은 "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500년에는 한반도에서 한민족이 사라진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재외동포의 자유로운 입출국과 이중국적을 허용해 이민으로 인구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도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직 기재부 장관은 어느 정부의 경제정책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대부분 박정희 정권을 꼽았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압축적으로 고도성장을 했고, 이를 통해 절대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또 신분상승의 기회가 확대됐다"며 "성장률은 높은데 분배는 개선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점에서 박정희 정부를 꼽고 싶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복합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에서는 민간이 중심이 돼 시장경제를 움직여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기업인들의 사면·복권은 정말 필요하고,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 홍남기 전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현오석·유일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냈다.

전경련 관계자는 "행사 기획 당시에 홍남기 전 장관은 현직이었고, 김동연 전 장관은 지방선거 출마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었다"며 "'원로들에게 조언을 듣는다'는 행사 취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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