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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반 만에 한미 금리 뒤집힌다…과거 역전기 자금 오히려 유입미국이 최대 1.5%p 높았던 때도…채권 순유입·주식 순유출 경향 증권투자자금, 미 금리인상 시작한 3월 이후 순유출되다 5월 순유입 전환 한은 "급격한 유출 가능성 작아"…이창용 "빅스텝, 시장반응 봐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이상) 등으로 이르면 다음 달 미국의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우리나라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굳이 돈을 굴릴 이점이 줄어든다는 뜻으로, 한미 금리 역전과 함께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주식·채권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는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채권을 중심으로 유입됐다.

한국은행은 조만간 다시 금리가 뒤집혀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 미국 기준금리 추이

◇ 7월 미국 빅 스텝만 밟아도 금리 한국보다 높아질 듯

20일 한은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줄었고 사실상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 미국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만 단행해도 오히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0.25%포인트 인상해도, 미국이 빅 스텝을 밟으면 0.00∼0.25%포인트의 역전을 피할 수 없다.

다음 달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금리인상 기간, 한미 금리 역전 기간 중 외국인 증권 자금 추이

[한국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과거 3차례 역전기 모두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입…주식에선 2차례 순유출되기도

과거 세 차례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에 모두 두 나라의 금리 관계가 한국 우위에서 미국 우위로 뒤집혔다.

미국 금리 인상기를 ▲ 1기 1996년 6월∼2000년 5월(금리 역전기 1996년 6월∼2001년 3월) ▲ 2기 2004년 6월∼2006년 6월(2005년 8월∼2007년 9월) ▲ 3기 2015년 12월∼2018년 12월(2018년 3월∼2020년 2월)로 나눠보면, 특히 1기의 경우 미국 금리가 최대 1.50%포인트 높은 시기가 6개월(2000년 5∼10월)이나 지속됐다.

2기, 3기의 최대 역전 폭은 1.00%포인트(2006년 5∼8월), 0.875%포인트(2019년 7월)였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외국인 증권(채권+주식)자금은 모두 순유입(1기 107억9천만달러·2기 246억8천만달러·3기 311억5천만달러)을 기록했다.

금리 역전 시기에도 예외 없이 자금은 순유입(1기 168억7천만달러·2기 304억5천만달러·3기 403억4천만달러)됐다.

다만 주식의 경우 1기 역전기에는 209억3천만달러가 들어왔지만, 2기와 3기 역전기에는 263억4천만달러, 83억6천만달러씩 빠져나갔다.

그러나 주식의 경우도 단순히 금리 격차 때문에 모두 유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기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증시에 대거 들어온 외국인들이 주가 급등과 원화 절상(가치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3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경기 논란 등이 겹쳐 주식시장 자체가 약세였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추이

[한국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외국인, 금리 외 환율·펀더멘탈 종합 판단…급격한 유출 가능성 작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리 역전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통화정책결정회의 7월 14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최근 주식·채권 시장 상황만 보자면, 앞서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이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에 나선 이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채권 투자도 줄이는 추세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3월과 4월 각 33억9천만달러, 37억8천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뒤 5월 들어 3개월 만에 7억7천만달러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특히 증권 가운데 주식 투자 자금은 2월(-18억6천만달러), 3월(-39억3천만달러), 4월(-42억6천만달러), 5월(-12억9천만달러) 4개월 연속 빠져나갔다.

채권 투자 자금 유입 규모도 1월(31억6천만달러), 2월(34억9천만달러)과 비교해 3월(5억4천만달러), 4월(4억7천만달러), 5월(20억6천만달러)에는 축소됐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져 한두 달 사이 한미 금리가 뒤집혀도, 기계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빅 스텝 등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줄거나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 쪽 압력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들어 실제로 주식에서는 자금이 계속 순유출되고 채권 자금 유입 강도도 작년보다 약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금리 역전과 함께 자금이 엄청나게 빠져나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국인 투자자마다 투자 시점·기간과 전략 등이 모두 다른데다, 수익률을 전망할 때 향후 환율 전망과 한국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한국 경제가 탄탄하다고 보는 외국인 투자자가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지나 조만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한국 투자에 따른 환율 차익이 충분히 금리 격차를 상쇄하고 남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금리 역전기에도 장기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원화자산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되는 등 글로벌 경제 차원의 큰 충격이 더해지지 않는 한 급격한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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