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빅블러 시대 맞아 금산분리·전업주의 규제 재정비 손보사 자회사 둔 생보사 나올수도…대체거래소 도입도 검토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 참석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19 dwise@yna.co.kr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등 전통적인 금융규제 원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진 '빅 블러' 시대를 맞아 금융규제가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발목 잡지 않도록 과감하게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월부터 8개 금융권협회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해 234개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금융위는 이를 토대로 4대 분야, 9개 주요과제, 36개 세부과제를 추렸다.

우선 은행권은 각종 규제 탓에 불리한 환경에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인 빅테크와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건의해왔다.

은행권이 생활 서비스나 비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골자다.

일례로 A은행은 사용자환경(UI/UX) 디자인회사, 부동산회사 등 생활서비스 업체 인수를 희망하지만, 은행법상 비금융회사 지분투자 제한(15% 이내)에 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건의했다.

금융위는 이런 업계 건의를 반영, 금산분리 제도 개선, 비금융정보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한 금융·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융합 촉진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보험업권은 보험그룹 내 1사 1 라이선스 규제 완화,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보험모집 규제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건의했다.

1사 1라이선스 규제가 완화되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손보사가 생명보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한다.

자본시장과 관련해선 대체거래소(ATS) 도입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이를 통해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복안이다.

가상자산, 조각투자 등 디지털 신산업과 관련해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업무와 관련, 은행권에선 금융회사도 가상자산 관련 업무 영위하게 해달라고 건의해 세부과제 중 하나로 채택됐다.

이밖에 업무위탁, 실명 확인, 보험모집 규제 등 개선을 통해 외부자원 및 디지털 신기술 활용 활성화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에 담겼다.

은행의 신용평가업무를 상거래 정보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 업체에 위탁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온라인 예금·보험 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융지주사가 은행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금융지주사 통합 앱에서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반영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작업계획을 확정하고 과제별로 검토 작업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다음 달에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여는 등 매달 회의를 개최해 혁신과제를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규제혁신 과정에서 업계, 학계, 언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개혁 과제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에도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근본부터 의심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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