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운영하며 받은 담보물, 중고사이트서 '멀티ID' 돌려 팔아 입시컨설팅비로 고액현금 챙긴 학원도…민생침해 탈세 99명 세무조사

중고제품 전문 판매업자 A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여러 곳에 가족·지인 명의로 '멀티 아이디'를 만들어 고가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팔았다.

A는 수천만원대 시계, 귀금속, 명품가방, 미개봉 전자기기 등을 판매했는데, 일부 물품은 가격이 억대에 이르기도 했다. '진짜 제품'이라고 판매한 명품가방에 대해서는 가짜 제품이 아니냐며 구매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A는 자신이 운영하는 전당포에서 담보물로 받은 물건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 판매했다.

물건 판매대금은 전부 지인 명의 차명계좌로 빼돌려 매출 신고를 하지 않고 탈세한 혐의를 받는다. 빼돌린 돈으로는 고급 스포츠카와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이고 해외여행, 주식 투자를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통한 탈세 사례

[국세청 제공]

'명문대 최다합격'을 자랑하는 예체능 전문 B 입시학원은 정상 수강료 외에 고액 컨설팅비를 학생 1인당 500만∼600만원씩 현금으로 받아 챙기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학원에서 일하지 않은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꾸미는 등 다른 수법도 동원해 탈세한 혐의도 있다.

이렇게 돈을 번 B 학원 원장은 서울 강남에 상가를 사 임대사업장 3곳을 운영하고 고가 외제차도 여러 대 샀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C 본사는 최근 외식·배달 문화가 확산하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전국 가맹점을 수백개로 늘렸고, 신규 가입 가맹점이 낸 가맹비와 교육비를 줄여 신고해 매출을 누락했다.

C의 사주는 동생 명의로 세운 광고대행업체를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단계에 끼워 넣어 광고용역비를 챙기고 회사가 개발한 상표권 10여개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해 양도대금을 받았다.

TV '맛집'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유명 음식점 D 사장은 회사 소유 주택에 살면서 자신과 배우자 명의의 3채 넘는 주택은 모두 임대했다.

이 과정에서 받은 월세와 보증금 등 임대소득은 전액 신고하지 않았다. 법인자금으로 자신의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을 상환하기도 했다.

학원 탈세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A∼D처럼 민생 어려움을 가중한 탈세 혐의자 99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은 위법·불법으로 공정경쟁을 저해하거나 부양비·장례비 부담을 늘린 탈세자, 먹거리·주거 등 서민 기본생활 분야에서 폭리를 취한 탈세자, 서민 생계기반을 잠식한 탈세자를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탈세한 A는 공정경쟁 저해 탈세자로 지목됐다.

국세청은 A와 함께 백내장 수술 등 실손보험금 청구 가능 치료를 받을 환자들을 병원에 소개한 브로커 조직 등 총 32명을 공정경쟁 저해 탈세자로 조사할 방침이다.

부양비·장례비 부담 가중 탈세자는 B 학원 원장을 포함해 15명이 조사 대상이다.

여기에는 고가의 평장·수목장 등을 하며 매출이 급증했으나 본점 외 지점은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비석·경계석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내지 않은 공원묘원도 포함됐다.

식품 프랜차이즈 C 사주 사례는 서민 기본생활 분야 폭리 탈세에 해당한다.

C 사주와 함께 위장법인·차명계좌 등으로 탈세하고 자녀에게 람보르기니와 벤틀리 등 26억원 상당의 슈퍼카 10여대를 사적으로 사용하게 한 식품 제조·수출업체 사주, 아파트 하자·유지 보수 공사 입찰을 담합하고 공사대금 현금결제로 세금을 회피한 건설업체 사주 등 33명이 조사 대상이 됐다.

D 사장과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고리 자금을 대여하고 이자 수입은 세금 없이 챙긴 미등록 대부업자 등 19명은 서민 생계기반 잠식 탈세자로 선정됐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 99명에 대해 "금융 추적과 포렌식 등을 통해 강도 높게 세무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사기 등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엄정히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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