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과징금 부과" 유권해석…금융위 '소득세 중과'서 더 나간 것

법제처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유권해석을 요청한 주무부처 금융위원회가 이를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이 회장 측은 이미 제기된 1천억 원이 넘는 소득세 중과에다 이번에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과징금까지 얹어 총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내다봤다.

12일 금융위에 따르면 법제처는 이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령 해석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는 금융위가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으로 실명 전환되거나, 차명으로 실명 확인한 경우 금융실명법 등에 따른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를 묻는 지난 1월 법령 해석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법제처는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타인이 자신의 명의나 가명으로 개설한 계좌를 금융실명제 실시 후 실명전환의무 기간(2개월) 내에 자금 출연자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실명확인 또는 전환했지만 이후 해당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 자금 출연자는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고 금융기관은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4조4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제대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위원회와 국세청이 추가 과세 방안을 검토하면서 소득세 중과 방침을 끌어냈다.

금융실명법 5조는 '비(非)실명으로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따로 90%로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이 회장 측은 1천억 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등은 금융실명법 시행 이전에 개설된 계좌 20개에 대해 과징금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과징금은 금융자산 가액의 50%로, 이를 적용하면 이 회장 측은 2조원 안팎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소득세 중과까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법 해석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지난 1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가 맞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이 회장 측은 차명계좌에 대해 소득세중과 뿐 아니라 과징금 부담도 지게 됐다.

2008년 특검에서 밝혀진 이 회장 차명계좌는 1천197개로 액수는 4조4천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전수조사 결과 찾아낸 차명계좌 32개, 경찰이 이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밝혀낸 차명계좌 260개를 더하면 총 1천489개로 늘어난다.

이 회장 측은 앞서 삼성 특검이 밝혀낸 차명계좌에서 2009년에 자금을 인출하면서 이자와 배당소득에 당시 최고세율(38%)을 적용해 총 464억 원을 납부한 바 있다.

이 회장 측은 이번 소득세 중과 과정에서 1천억원 이상을,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2조원 안팎을 추가로 납부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금융계의 시각이다. 소득세 중과와 과징금 부과는 개별 계좌의 법 조항 적용 여부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 실무운영상 변화에 대응하고자 국세청·금감원 등 관계기관과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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