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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도 역전세난?…가격 빠져도 세입자 못구해 '발동동'갭투자자·분양 계약자 대출 막혔는데 전세 안나가 잔금마련 '비상'
"단속 나올라" 고가 전세 기피 현상도 한 몫…하반기 재건축 이주가 변수

#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구입한 A씨는 이달 말 잔금 납부일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 때문에 당장 입주가 어렵고, 보유 자금도 부족해 전세금을 받아 잔금과 취득세·복비 등의 경비를 충당할 생각이었는데 전세가 안나가고 있어서다

박씨는 "연초부터 전세를 내놨는데 두 달이 넘도록 세입자를 못구하고 있다"며 "요즘 은행 대출도 막혔는데 전세가 계속 안나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의 중대형 아파트 전세를 주고 있는 B씨는 최근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시세보다 2억5천만원 싼 값에 전세계약을 했다.

이 씨는 "세입자가 이사를 간다고 해서 작년 말부터 전세를 내놨는데 보러오는 사람이 없었다"며 "전세 만기가 다 돼 어쩔 수 없이 싸게 계약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지역에 전세물량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변에 전세 물건은 넘치는데 세입자를 못구하자 주변 시세보다 1억∼2억원 이상 낮춘 급전세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이 2년 전 계약금액에서 전세금을 일부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세물건 적체는 기존주택과 새 입주 아파트의 '잔금 대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를 놓아 매매·분양 잔금을 내려했던 수요자들이 전세가 빠지지 않자 잔금 납부에 애로를 겪는 것이다.

경남·충남 등 지방과 수도권 일부 공급과잉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역전세난이 비수기까지 겹치며 서울 강남권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 '석달 째 안나가'…강남 1억∼2억원 내린 '급전세' 증가
20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4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갭투자 수요가 많았던 강남 요지나 강북의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에서 전세 공급이 넘치면서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감정원 조사 결과 송파구의 전셋값은 2월부터 6주 연속, 강남·서초구의 전셋값은 5주 연속 전셋값이 하락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최근 9억원이던 전셋값이 1억원 가량 하락해 8억원 선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이는 2년 전 이 아파트 전세시세(8억∼8억5천만원)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집주인은 전세 계약이 체결돼도 기존 세입자에게 일부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판이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대출도 집값의 30∼40% 선으로 막아놔서 전세가 끼어 있는 아파트는 추가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며 "올해 초 고가에 집을 매수하고 잔금을 앞둔 사람들이 전세가 안나가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전세가 쌓여 있는데 찾는 사람은 없어서 다급한 사람은 2억원 이상 싸게 급전세를 놓는다"며 "일부는 단기 신용대출, 자영업자 대출 신청까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서초구는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노후 아파트는 세입자들이 꺼리고, 기존 아파트는 전셋값이 너무 높아 세입자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다.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 2차 168㎡는 전세시세가 12억원 선인데 최근 10억원 이하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 만기가 도래했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자 시세보다 2억원 이상 싸게 내놓은 것이다.

2년 전 계약 당시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11억원 선이서 집주인은 1억원 넘는 돈을 기존 세입자에게 물어줘야 한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갭투자자들이 내놓는 전세물건이 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은 없다"며 "전세매물이 악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새 입주 아파트일수록 더 심하다.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오는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는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이 14억∼15억원에 형성됐다가 현재 12억∼13억원으로 1억∼2억원 하락했다.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입주까지 여유가 있지만 전세 물건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가격은 하락하는 분위기"라며 "일부 계약자들은 전세를 놓아 잔금을 내려고 했다가 전세가 안나가면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 하반기 서초·송파 1만가구 재건축 이주 '변수'…전셋값 불안 없을 듯
강남권 전셋값 약세에는 고가 전세 기피 현상도 한 몫하고 있다.

강남권 전용 84㎡ 이상이면 전셋값이 10억원 이상인데 최근 정부가 강남권에 대한 탈세 등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타겟이 될까봐 꺼린다는 것이다.

반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0억원 이상 고가 전세를 얻은 사람 중에는 부모의 도움을 받은 '금수저' 자녀들이 적지 않았다"며 "증여세 탈루 등을 의심해 국세청 조사 대상이 될까봐 고액 전세 얻기를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세는 강남뿐 아니라 서울 강북 등 비강남권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 수요가 많았던 노원·성북·마포 등지도 최근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도 비수기까지 겹치며 전세 물건이 증가해 작년 말 대비 전셋값이 3천만∼5천만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많고, 갭투자자들이 내놓는 전세물건도 적지 않아서 당분간 전셋값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셋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최근 1∼2년간 왕성했던 갭투자자들이 전세금 반환을 감당하지 못해 낭패를 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서초·송파구 일대에서 약 1만가구에 육박하는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본격화됨에 따라 국지적 전세난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2천673가구)와 방배13구역(2천911가구) 등 재건축 5천584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1천350가구)와 진주아파트(1천507가구)의 연내 이주를 승인했다.

내년 이후에는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2천120가구)와 한신 4지구(2천898가구)도 이주를 시작한다.

그러나 재건축 이주 수요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6월 초 아크로리버뷰를 비롯해 서초구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연말까지 총 3천여가구에 이르고 송파구에서는 올해 말 9천500가구에 달하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입주가 시작돼 전세 물건이 쏟아질 전망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권의 일반 아파트는 전셋값이 높아 재건축 단지의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고 일부는 연립·빌라 전세로 흡수될 것"이라며 "갭투자자 전세와 신규 입주물량 등을 고려할 때 이주가 진행돼도 전세시장이 그다지 불안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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