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없어도 자국서 수익 낸 기업에 과세…임시로 3% 세금부과"
EU 내부서도 찬반 엇갈려…美 "미국계 기업 겨냥" 반발할듯

앞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자국 내에 등록된 법인이 없더라도 자국 내에서 온라인 사업으로 700만 유로(91억 원 상당)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EU는 21일 온라인을 통해 사업하는 디지털 업체들에 대해 현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세제안을 내놓았다.

온라인으로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법인세 세율이 낮은 나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을 막아 공정한 세금을 내게 하려고 이 같은 세제안을 구상하게 됐다는 게 EU의 설명이다.

EU는 이런 방안을 제시하면서 임시조치로 전체 연간 수익이 7억5천만 유로(9천750억 원 상당)를 넘거나, 유럽에서 5천만 유로(650억 원 상당) 이상 벌어들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3%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내용의 새로운 세제안이 시행되면 150개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되며 절반 정도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과 같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다.

EU는 디지털 기업들은 급성장했으나 법인세 관련 규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이들 기업이 유럽에서 많은 이윤을 내지만 세금은 적게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EU 회원국들이 다국적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많은 디지털 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이 9%지만 전통적인 기업들은 21%의 세금을 내고 있어 조세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게 EU의 주장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터넷시대 이전에 마련된 현행 세제에 따르면 유럽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기업들이 특정국에 법인이 없으면 세금을 그 나라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같은 현재 법적인 허점으로 인해 EU 회원국에서 심각한 공공 세수 부족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의 세금이 부과되면 일 년에 50억 유로의 세수를 거둬들일 수 있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새 세제안이 최종 도입되려면 28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EU 회원국 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디지털 기업들이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처럼 법인세 세율이 낮은 나라로 소득을 이전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으나, 아일랜드와 같은 국가들은 EU 내 큰 나라들이 세금이라는 '유럽의 케이크'를 재분배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세제안이 도입되면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돼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유럽과 미국이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EU가 이런 새 세제안을 내놓으면서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스코비치 집행위원은 "이 세제안은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을 겨냥한 세제안도, 미국의 세제를 반대하는 세제안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U는 오는 22일 EU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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