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억제 효과…가계 자금 조달 5년 만에 첫 감소

 지난해 가계의 여유 자금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저금리, 부동산 시장 호황 덕분에 가계가 보유한 돈을 주택 구입에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수 호조에 힘입어 정부의 여유 자금은 사상 최대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7년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50조9천억원이었다.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을 뺀 금액이다.

가계의 순자금운용은 전년(69조9천억원)보다 19조원 감소한 것으로, 2009년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래 가장 작았다.

한은은 "신규 주택 구입 확대 등으로 전년보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상당 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거용 건물 건설 투자액은 2016년 90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07조3천억원 늘었다.

가계의 자금조달은 20조1천억원(143조8천억원→123조7천억원) 줄었다.

금융기관 대출 위주로 이뤄진 자금조달이 감소하기는 2012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 자금조달에선 장기 차입금이 116조원에서 92조7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장기 차입은 주로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신용대출이 많은 단기차입금은 26조4천억원에서 26조8천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가계의 자금운용은 39조1천억원(213조7천억원→174조6천억원) 감소했다.

가계 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예치금(92조6천억원) 15조9천억원 줄며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가계가 갖고 있던 예금을 깨 주택 구입에 썼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소규모 개인사업자 포함)의 금융부채 잔액은 1천687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0조7천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은 277조2천억원 증가한 3천667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16배에서 2.17배로 소폭 상승했다.

일반정부는 세수호황 덕분에 순자금운용이 49조2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늘었다.

일반정부 순자금운용은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소득세, 법인세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세수입(265조4천억원)이 전년보다 22조8천억원 늘어난 덕분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자금조달(42조8천억원→30조5천억원), 자금운용(81조9천억원→79조6천억원) 모두 감소했다.

세수호황 덕에 자금조달 부문에서 국채 발행(33조4천억원→22조원)이 11조4천억원 줄었다.

일반 기업을 뜻하는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조달-운용)은 14조4천억원이었다. 전년(2조4천억원)보다 12조원 늘었다.

투자가 활발해진 탓이다.

지난해 민간 설비투자는 2016년 121조원에서 작년 139조원으로, 건설투자는 209조4천억원에서 232조8천억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1년 전보다 507조원 증가한 7천831조1천억원이었다.

금융부채는 5천118조1천억원으로, 191조1천억원 늘었다.

국외 부문까지 포함한 총 금융자산은 1천33조1천억원 증가한 1경6천515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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