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마다 땅값 재평가' 미시행…해묵은 과제 푼 역사적 결정

독일 헌법재판소가 현행 부동산세제에 대해 기본법(헌법)의 평등정신에 어긋난다며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10일(현지시간) 주(州) 아래 기초자치단체들의 세수로 잡히는 부동산세 과표 작성이 "전적으로 쓸모없고", "심대하게 불평등하다"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혁을 위한 새로운 입법 조치를 완료하라고 연방의회에 의무를 부과했다.

다만, 신법률 적용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2024년 말까지는 현행 체제를 유지하라는 경과 조처를 동시에 부여했다.

독일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판시를 헌재가 단행한 또 하나의 역사적 결정으로 받아들이며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독일에서 부동산세는 토지나 건물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목이다. 따라서 불로소득에 물리는 세정의 정의에 닿아있다. 나아가 부동산 소유자들은 세입자나 임차인에게 이 부동산세의 부담을 대체로 전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부자와 빈자 간 양극화 심화 여부와 분배 형평과도 직결된다.

헌재가 먼저, 전적으로 쓸모없다(또는 낡았다)고 한 데는 분명한 배경이 있다.

현행 과표가 서쪽 지역은 1964년 작성된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동쪽 권역은 1935년 마련된 것을 토대로 하는 만큼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다.

독일은 1960년대 각 부동산의 과표 현실화를 위해 6년 마다 자산 재평가를 반복하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이는 1964년 이후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고 제 1공영 ARD TV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타게스샤우가 보도했다.

이로 미뤄 독일 정치권은 적어도 50여 년 묵은 지난한 숙제를 받아들었다는 것이 현지 미디어의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부동산세 부과 대상은 무려 3천500만 개를 헤아린다. 이에는 일반 토지와 건물뿐 아니라 농지와 임지가 포함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연간 세금 수입은 많게는 약 140억 유로(18조 4천480억 원)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더 많은 정의를 위한 기회"라고 헌재 결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나 3천500만 대상의 가치를 새롭게 평가해야 하는 건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힘 같은 노고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특히, 땅 투기로 토지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주거비용 부담에 빈곤위험이 닥치고 임차가격 상승이 억제되지 않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부동산세의 근본적 개혁은 하나의 좋은 시작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메르켈 4기 정부 출범 후 첫 내각 연찬회에 들어간 올라프 숄츠 재무부 장관은 새로 법을 만들더라도 세금을 올리지는 않을 거라고 일단 밝혔다고 시사주간 디차이트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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