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법원 판결 불구, 거래소 불응 '미집행' 사례
거래소 따라 대응 달라…전문가, "관련법 정비 필요"

일본 법원이 가상통화 계좌에 있는 자금에 대해 압류명령을 내렸음에도 가상통화 거래소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며 명령에 응하지 않아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발혀졌다.

가상통화에 대해 확실하게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체계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압류를 피하거나 자산은닉에 악용될 우려도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埼玉) 지방법원은 작년 7월과 금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가상통화 계좌인 '전자지갑(월렛)'에 대해 압류명령을 내렸다. 현내에 거주하는 70대 여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대리인에 따르면 이 여성은 2016년5월 사이타마 현에 있는 한 업자로부터 "전매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50만 엔 상당의 가상통화를 시세의 30배인 1천500만 엔(1억4천500만 원)에 구입했다. 이후 구입대금을 돌려 받기로 하고 이 업자와 화해했으나 돌려받지 못한 1천300만 엔을 회수하기 위해 구입을 권유한 업체 대표자 명의의 가상통화 '리플'의 계좌에 해당하는 '전자지갑'에 대해 채권압류를 신청, 법원의 압류명령을 받아냈다.

그러나 가상통화 거래 중개회사 측은 "전자지갑은 중개회사가 관리하지 않으며 기술적으로 이중지불의 위험이 있어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은 전자지갑은 동결할 수 없으며 회사가 피해액을 지불할 경우 (구입을 권유한) 업자에게서 돈을 회수하지 못해 피해를 덮어 쓸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전자지급이 동결되지 않는 바람에 이 업자가 가상통화를 옮긴 흔적이 발견됐지만 대금은 반환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거래소가 강제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상통화 중개회사 측은 "고문 변호사와 협의한 결과 (구입대금) 변제에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피해) 여성에 대한 (대금) 지불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거래소는 지난 3월 후쿠오카(福岡)재무국으로부터 업무개선명령을 받았으며 이후 개정 자금결제법에 따른 가상통화교환업 등록신청을 철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가상통화 문제를 잘 아는 나가지마 마사시(中島真志) 레이타쿠(麗沢)대학 교수는 "관리자가 없는 가상통화는 공권력에 의한 압류 등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도 강제집행의 확실한 담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세탁이나 자산은닉의 온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건전한 금융거래에 어울리지 않으며 최소한 거래소가 예탁금 등을 동결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정비와 규칙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제집행에 응하는 거래소도 있다.

유력 중개회사인 GMO코인은 "법원이나 세무 당국의 고객 계좌 압류요청에 응한 사례가 몇건 있다"고 밝혔다. 계약시 약관에 "압류신청을 받을 경우 서비스 이용을정지하고 해약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어 엔화로 바꾼 후 지정계좌로 송금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또 다른 유력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도 "압류명령을 받은 사례가 과거 몇건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동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명령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비밀이라서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상통화는 개인의 PC나 인쇄물로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처럼 중개회사를 거치지 않는 "장롱 가상통화"의 경우 소유자가 메일주소나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송금이나 환금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무당국도 골치를 앓고 있다. 세금을 체납하면 가상통화도 압류대상이지만 체납자가 중개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가상통화를 무단으로 환금하거나 송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세무 당국자는 "압류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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