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주회사제도는 기대한 장점은 보이지 않고 단점만 도드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은 자취를 감춘 채 적은 자본으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장한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1999년 이후 도입 촉진을 위해 규제가 완화되고 세제혜택까지 주어지던 지주회사제도 정책은 180도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장점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지주회사제도

지주회사제도는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출자구조로, 1986년 설립·전환이 전면 금지된 제도다.

하지만 1999년 외환위기 때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순환출자에 얽혀 있는 지배구조에 따라 한 계열사가 무너지면 그룹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에 '고육책'으로 도입된 것이다.

다만 2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이상 출자 금지, 자회사 지분율 요건, 사업 관련성 요건, 부채비율 제한(100%)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주회사 제도는 2007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제한 요건을 완화하며 전기를 맞았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상장회사는 30%에서 20%로, 비상장회사는 50%에서 40%로 축소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도 종전 100% 이하에서 200% 이하로 완화했다.

아울러 자회사-손자회사간 사업 관련성 요건을 폐지하고 100% 증손회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SK, 금호아시아나, CJ 등 주요 대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속속 전환했다.

세제혜택까지 주어지며 지주회사 설립·전환이 촉진됐다.

현물출자로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환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양도소득세 과세를 주식처분까지 늦췄다.

또 지주회사의 수입배당금과 관련해 법인세 감경 혜택 등도 부여했다.

◇ 공정위 조사로 단점 확인…규제 강화하고 세제혜택도 줄어들 듯

하지만 공정위의 실태조사 결과는 20년 동안 지주회사제도가 도입 취지는 달성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강화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어서면서,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했던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일반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며 지주회사제도의 상대적 우위가 사라졌다.

2013년 9만7천658개였던 순환출자는 올해 4월 41개로 99.9% 해소됐다.

출자 단계는 2013∼2017년 일반집단이 5.29단계에서 4.5단계로 축소됐을 때 지주회사 전환집단은 3.07단계에서 3.9단계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배구조도 지주회사 전환집단의 내·외부 감시장치 도입 비율이 오히려 일반집단보다 낮은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따라 꾸준히 완화하던 지주회사제도 규제는 '유턴'을 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일단 지주회사제도를 유지하되,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수단으로 악용할 수 없는 보완 장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올해 안 국회 제출을 목표로 작업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이러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개편을 위한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는 오는 6일 지주회사제도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며, 토론회 등을 통해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한다.

국회에는 이미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채비율 제한을 다시 100%로 강화하고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상향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사업 관련성이 있는 손자(증손) 회사만 보유를 허용하고, 복수 자회사의 손자회사 공동 출자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부채비율 제한 강화와 지분 의무 보율 비율 상향, 사업관련성 회사 보유 등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에 부여하고 있는 과세특례도 손질하는 방안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는 원래 장단점이 같이 있는 제도지만 장점이 잘 발휘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우려했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공정거래법에 담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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