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비과세 및 실거주 요건 강화 가능성…재건축 연한 확대도 거론

정부가 27일 서울 및 수도권 일부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를 시작으로 집값 잡기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날 투기지역 등의 확대는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장 상황에 맞는 규제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전초전'에 불과하다. 투기지역과 과열지구 등의 확대만으로 다락같이 오르던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서울지역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의 공공택지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에 주목한다.

지난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줄곧 "서울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의 주택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라던 정부가 결국 공급 확대로 선회한 것은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세제·금융 대책 등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공급을 제외한 추가 대책은 8·2 부동산 대책 당시 검토했으나 제외됐던 규제들이 망라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는 8·2대책 등을 통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만큼 1주택자 또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은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012년 박근혜 정부 초기 침체한 주택거래를 살리기 위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는데, 이를 다시 2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는 최근 매물난이 심각한 가운데 갈아타기 수요의 주택 매도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조정지역 내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하나인 실거주 요건은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될 수 있다.

1주택자라도 실거주가 아니라 시세차익이 목적인 가수요를 최대한 걸러내려는 것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7월 보유세 개편안을 권고하면서 부동산 관련 세제개혁 과제로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합리화를 언급했다.

1주택자는 10년을 보유하면 최대 80%까지 양도세가 감면되는데 이 경우 고가주택의 양도세가 크게 줄어 주택 부자들이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80% 감면 혜택을 위한 보유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거나 10년 기준 80%인 장특공제를 60%로 낮추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특공제 축소는 투기수요보다는 집 한 채만 장기 보유한 노년층이나 은퇴자, 투기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쉽게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매에 대한 부담을 늘리기 위해 취득세를 중과하고, 다주택자들의 절세 방안으로 주택 매각 대신 증여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증여세를 손대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보유세 개편안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시가 26억원 이상의 초고가주택에 집중돼 전반적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다주택자의 세부담 상한(150%)을 높이거나 없애 보유세 충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출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전세자금 대출이나 임대사업자 대출 등을 주택구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 대출의 기준을 강화하거나 대출 용도 조사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다주택자나 유주택자에 대해 대출이 제한되거나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중 은행에서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과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을 강도 높게 적용하는 등 대출의 고삐를 죄는 방안도 논의된다.

재건축에 대한 추가 규제로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다시 4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재건축 연한 확대는 지난 3월 안전진단 요건 강화 당시 논의됐으나 최종 발표안에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준공 30년 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투자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오르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집값 안정을 위해선 꺼내 들 수도 있는 카드다.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송파구 등지의 준공 30년 안팎의 재건축이 10년 이상 지연됨에 따라 당장 집값 하락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나 재건축 연한을 늘릴 경우 가뜩이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워 중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이 더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투기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추진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전철 4개 선을 신설하는 '강북 플랜' 등 서울 등 집값 급등 지역의 대규모 개발 사업들은 대거 연기 또는 잠정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장기적으로 신도시 등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서울지역 내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수도권에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해 공공택지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수도권 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를 인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수도권 외곽의 택지·주택 공급 확대만으로는 서울지역의 투자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공급 확대는 바람직한데 투기수요가 무서워 재건축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서울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며 "재건축 사업을 원활하게 해 서울 요지의 주택공급을 늘려야 하고, 신규 공공택지도 과천·성남·하남 등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곳에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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