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반 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고액 체납자라는 이유만으로 출국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출국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A씨가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출국금지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 원 이상 국세를 체납한 사람 가운데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로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고, 체납처분 회피 우려가 있으면 국세청장의 요청으로 법무부장관은 출국금지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A씨도 지난 2002년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하는 과정에서 부과된 국세 14억7,000만 원을 체납해 2012년 말 출국금지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통해 재산 유출 정황이 없다는 점을 인정받아 출국금지가 해제된 적이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 A씨는 셋째 누나 월세 오피스텔에 함께 살면서 생계를 위해 기업자문역으로 중국 등에 3회 출국했고, 홀로 암투병 중인 둘째 누나 간병을 위해 일본에 5회 출국했을 뿐 재산을 유출한 적은 없었다.
A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작년 3월까지 약 400만 원을 분할납부하는 등 세금을 내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A씨는 올해 1월 국세청 요청으로 다시 출국금지가 되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심위는 “A씨가 고액 국세체납자로서 조세채권을 확보할 수 없는 점은 인정되나 해외 여행경비 조달경위나 출처에 의심할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국세 체납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과 과거 출국금지를 해제했다가 다시 출국금지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기에 이러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심위 관계자는 “출국금지 처분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인 만큼 필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세무사신문 제704호(201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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