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교수(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안창남 교수(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안창남 교수(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뜻으로, 기원전 100년 즈음 작성된 중국 역사서인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필요할 때는 간이라도 내줄듯하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용가치가 없다는 이유다.
시정잡배들의 토사구팽적 행위야 원래 그 바닥 사정이 그러니 그렇다고 해도, 정부마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안의 제시 없이, 조세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무대리인의 전자신고 세액공제 폐지움직임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과언일까? 세무대리인의 전자신고는 버려도 될 정도로 정말 ‘이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1. 전자신고와 서면신고의 선택 가능성

현행 세법은 납세자의 과세자료를 서면신고 또는 국세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자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85조 제1항). 그러나 세무대리인의 적극적인 협력의 결과 대부분의 신고는 전자신고형태를 통해 하고 있다.
만일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신고를 전산신고로 하지 않고 서면신고로 한다면, 과세관청은 해당 자료를 전산처리를 하기 위해 납세관리비나 징수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이미 모든 납세절차가 전산신고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토끼 사냥을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쨌든 전산신고로 인해 세무대리인의 업무가 가중되었다. 세무대리인은 주로 영세한 중소법인이나 개인사업체의 기장 또는 신고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세무대리인은 이러한 대다수 영세중소사업체가 비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증빙자료를 수기(手記)로 기록하여 장부를 작성하고 이를 다시 전산 입력하는 이중 작업으로 전자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서면신고가 차라리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세정협력 차원에서 전자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2016년의 경우 부가가치세는 91.6%를, 종합소득세는 95.2%를, 원천세는 99.3%가 전자신고를 하고 있다. 반면 전자신고 도입초기인 2003년의 경우 부가가치세는 33.8%, 종합소득세는 43.5%, 원천세는 60.8% 정도만 전산신고를 하였다).

2. 전자신고 세액공제의 변천 및 폐지 검토

전자신고에 따른 납세자 등에 대한 우대조치로 「전자신고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2003년 12월 30일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8의 규정에 따라, 납세자 또는 세무대리인이 「국세기본법」 제5조의2 제2항에 따라 신고 관련 서류(소득세와 법인세 그리고 부가가치세)를 국세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전자적 신고방법으로 신고하는 경우 일정금액을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전자신고 세액공제제도의 도입 취지는 전자정부시대의 구현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등의 전자신고를 통하여 전자신고제도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세무대리인의 경우 소득세(사업소득에 대한 소득세만 해당) 또는 법인세의 납부세액에서 제1항에 따른 금액(2만원)을 공제하고, 직전 과세기간 동안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경우에는 해당 세무사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에서 제2항에 따른 금액(1만원)을 공제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8 제3항).
이는 납세자가 직접 전자신고를 한 경우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액을 세무사에게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세무사의 경우에는 2백만원을 한도로 하며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300만원을 한도로 하되, 이후에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3. 세무사의 공익적 목적 수행을 간과

하지만 위와 같은 폐지 발상은 세무대리인을 단순하게 영리목적만을 추구하는 상인으로만 보는 관점이라고 본다. 과연 그럴까? 세무사법을 보면 세무사는 영리목적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 수많은 공익적 목적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러기에 과세관청은 틈만 나면 세무사회를 방문하여 서로 동반자적 관계라고 하면서 업무협조를 당부하지 않았나?
세무사는 세법이나 회계학 등 전문성·기술성 있는 분야를 취급하며 국민의 재산권과 정부의 재정수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이 강한 자격사이다.
앞에서 설명한 전자신고의 연장선에 세무대리인의 성실신고확인서 제출제도가 있다. 세무대리인은 기장을 하거나 기장대리를 하지 않는 순수 외부조정업체에 대해서도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하고 납세자가 이를 포함하여 소득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성실신고를 통해 조세공평부담의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세무대리인이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이는 전형적인 민간의 공적업무 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가와 세무대리인 사이에 성실신고서 작성이라는 공적업무 수행 계약서는 없지만, 국가가 하여야 하는 납세자의 성실성 확인을 세무대리인이 수행하고 있고 이를 해태할 경우 처벌까지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실신고서 작성 그 자체가 공적인 영역의 업무이라고 판단한다.
납세자가 신고할 내용을 검증하는 책임을 세무대리인에게 확인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세무대리인에게 공적인 업무를 강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본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성실신고확인서 작성에 대해 국가에 보조금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세무대리인과 해당 납세자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나 거래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무사의 전자신고 세액공제 폐지 여부는 세무사가 수행하는 공적업무도 감안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4. 전산신고에 따른 비용 편익분석의 결과가 주는 시사점

과세관청의 폐지 주장 논거 중 하나는 세무대리인이 과세관청으로부터 받는 편익이 전자신고를 함에 따른 비용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 사무소의 연간 전자신고 소요비용은 32,910,153원이고 과세관청으로부터 얻은 편익은 12,999,510원으로 나타나서 결국 전자신고로 인한 추가적 비용 부담액은 19,910,643원으로 조사되었다(출처 : 한국세무사회, 「전자신고 등 납세협력지원 축소정책에 대한 대응 및 세정협력비용에 대한 납세자(세무사) 지원확대방안 연구」, 2018).
우리나라 전자신고제도의 빠른 정착은 세무대리인의 수고와 헌신의 결과라고 본다. 전자신고에 따른 세액공제는 이와 같은 세무대리인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전자신고 제도가 정착되었다고 해서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자칫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세무대리인의 공익적 업무 수행에 대한 보상은 모른 체하고, 비용편익 분석의 결과를 무시한 체, 단지 전자신고 세액공제 총액이 많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전자신고에 따른 세액공제액은 축소 또는 폐지가 아니라, 현상유지 또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토사(兎死)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구팽(狗烹)의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37호(2018.12.3.)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