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0일은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세무사신문은 39회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전산세무회계 자격증을 취득한 장애인 합격생을 만나 시험준비 과정과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

"인생은 도돌이표! 일희일비(一喜一悲) 않고 작은 일에도 감사함 느끼며 살아"
오전희(전산회계1·2급 취득, 지체장애 1급)

Q. 전산회계 자격시험에 응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항상 배움에 대한 갈증이 컸다. 늦게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졸업 가산점으로 세무사회 전산세무회계 자격증이 활용된다고 해 준비하게 됐다. 덕분에 1년 빨리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웃음)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니 시험에서 다뤄지는 부분들은 세무·회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알고 있으면 일상에서 많은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예를 들어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정산은 기본지식만 있으면 혼자서도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실생활에 유용하기 때문에 세무·회계의 기초 정도는 특성화고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교에서 정규교과에 편성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Q. 실제로 17번 응시해서 2번 합격했다.
A. 많이 떨어졌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진짜 많다.(웃음) 나중에서야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진작에 독학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강사가 정리한 요점을 중심으로 공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만 인터넷 강의료도 만만치 않다. 세무사회에서 형편이 여의치 않은 수험생들을 위해서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세무사신문에서 자격시험에 가장 많이 떨어진 합격생을 소개한다면 나를 섭외해 달라.(웃음) 많이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많이 도전했다는 거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자책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나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Q. 다리에 장애가 있다. 사고 때문인가?
A. 그렇다. 6년 전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 척수손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로 두 다리를 전혀 못 쓰게 됐다. 어떤 장애인분들은 하반신 마비여도 설 수는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재활 후 재택근무만 했었는데 오히려 건강이 나빠졌다.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기분이 가라앉기 일쑤였다. 오히려 밖에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다 보니 마음에도 근육이 생겼다.

Q. 응시할 때 장애 수험생에 대한 지원은 받았나?
A. 세무사회에서 배려를 많이 해 줬다. 시험 전에 전화로 배정받은 고사장 오는 법도 자세히 알려주고, 규정대로 장애인 수험생에게 부가되는 추가시간도 받았다. 물론 모르는 문제는 아무리 시간을 더 줘도 못 푼다.(웃음) 다만 개인적으로 나와 같은 신체 장애인들이 세무·회계를 접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 세무사회에서 복지관에 와서 세무사사무소에 대한 소개도 해 주고, 교육을 지원해 준다면 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Q. 성격이 밝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A. 특별한 건 없다. 다만 좋은 것만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인생은 도돌이표와 같다. 희로애락이 계속해서 삶을 헤집고 지나가고 다시 오고 지나간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버틸 수 없다. 슬픔에는 담담하게, 작은 기쁨에는 크게 감사하는 편이다. 아, 3년 전부터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있는데 땀을 쫙 빼고 나면 기분이 좋다.

Q. 대단하다. 휠체어를 타고 스포츠 댄스를 하는 건가?
A. 그렇다. 휠체어 스포츠 댄스인데 나는 왈츠와 탱고를 주 종목으로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룬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수상한 이후 올해는 운 좋게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출전을 앞두고 있다.

Q. 지금은 어떤 일을 하나.
A. 지금은 국가사업을 위탁받아 복지관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Q. 의외다. 보통 전산회계 자격시험 응시생들은 세무사사무소 취업을 준비한다.
A. 나는 아직 세무사사무소에서 일할 정도의 실력에는 못 미친다. 전산회계 1급을 취득했는데 적어도 전산세무 2급은 있어야 세무·회계 업무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달에 전산세무 2급에 응시하는데 열심히 공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자격증을 발판 삼아 나중에는 세무사사무소 취업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덤으로 사는 삶’ 값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노력한다"
황재석(전산회계 1·2급 취득, 심장장애5급)

Q. 준비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A. 장애인 수험생도 비장애인 수험생과 다를 바 없다. 처음 배우는 원천징수, 연말정산, 부가가치세 계산서가 헷갈린다. 작년 10월부터 대구직업능력개발원에 다니며 준비했는데 책을 통해 이론을 정독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개발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무조건적 암기는 쉽게 휘발되기 때문에 처음에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은 진도도 더디고 답답해 보여도 결국 시험장에서 머리에 남는 건 이해에 기반한 공부다. 물론 그만큼 시간 투자는 필수다.

Q. 개발원에서는 주로 무엇을 배우나.
A. 주로 컴퓨터 관련 업무를 배운다. 현재 정보기술자격(ITQ)과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시험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Q. 심장 장애를 앓고 있다.
A. 맞다. 내 심장 장애는 선천적 질환으로 예전에는 장애등급이 1등급일 정도로 안 좋았다. 조금만 걸어도 욱신거리고 숨이 찼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2007년에 심장이식을 받게 됐다. 정말 운이 좋았고 하늘이 도왔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주변에서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덤으로 사는 삶’으로 귀하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주변에 전산회계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나?
A. 많다. 같이 교육을 듣는 장애인 수험생은 한 손이 없다. 나 같은 경우는 손이 불편하지 않아 오히려 시험시간이 남는 편이지만 그분에게는 별도의 추가시간이 매우 유용하다. 이처럼 장애도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세무사회에서 장애인 각자의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Q. 사회복지사로 일했다고 들었다.
A. 대학 전공이 사회복지였다. 몸이 아프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복지에 관심이 가게 됐던 것 같다. 일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세무·회계가 필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건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어느 직군이나 마찬가지일 거다. 일을 빨리 처리하고 싶은데 잘 몰라 조바심만 났다. 이제는 본업이었던 사회복지사를 접고 제대로 세무·회계를 배워보고자 전념하고 있다.

Q. 취미가 있나?
A. 건강을 되찾은 후에는 등산과 여행에 마음을 붙였다. 머지않아 당당히 취업에 성공하고 제주도 한라산 등반을 해보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문턱이 높아 일반 기업체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지만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 만큼 취업 성공의 열매를 맺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첫번째 목표다.

세무사신문 제745호(2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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