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취소소송 패하자 헌소…헌재, 전원일치 '각하' 결정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매각으로 얻은 이득에 법인세가 부과되자 부당하다며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헌법재판소는 2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펀드Ⅲ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청구인의 주장은 법원 법률해석의 당부를 다투는 '재판소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청구인의 주장을 더는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론스타펀드Ⅲ는 2004년 벨기에 법인을 내세워 역삼동 스타타워 주식을 싱가포르투자청 산하 법인에 매각하고 2천45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후 주식양도로 인한 소득을 양도인의 거주국에서만 과세하도록 한 '한국과 벨기에 간 이중과세회피·탈세방지 협약'을 내세워 비과세·면세를 신청했다.

하지만 역삼세무서는 론스타펀드Ⅲ가 앞세운 벨기에 법인은 '도관 회사(실질적 관리권 없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차린 회사)'에 불과하다며 양도소득세 613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론스타 측이 행정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2년 1월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소송에 패한 역삼세무서는 한 달 뒤 '한국과 미국 간 이중과세회피·탈세방지 협약'을 근거로 법인세 644억원을 새로 부과했다.

이 협약 15조는 론스타펀드Ⅲ와 같은 미국법인이 한국에서 부동산 소득을 낸 경우 한국이 법인세 등을 매길 수 있도록 한다. 세무당국은 론스타펀드Ⅲ가 얻은 스타타워 주식 양도차익이 부동산 소득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론스타펀드Ⅲ는 협약에 규정된 '부동산 소득'을 '주식양도로 인한 소득'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다시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이 "주식양도로 인한 소득을 부동산 소득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세무서의 손을 들어주자 2015년 6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건을 2년 넘게 심리한 헌재는 "론스타펀드Ⅲ의 청구는 부동산 소득의 의미를 해석한 법원의 판단을 다투는 것으로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현행 법체계상 법원 재판을 헌재가 심판하는 재판소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론스타펀드Ⅲ가 낸 법인세 취소 소송은 2심에서 법인세가 일부 감액된 후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돼 역삼세무서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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