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기업, 국내 계열사 ‘고정사업장 회피’로 수 천억원 추징

법인이나 개인이 국내보다 세금이 적거나 없는 국외 지역을 활용해 탈세하는 행태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20일 이런 ‘역외 탈세’ 의심자 171명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종 역외 탈세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법인 사주 A는 해외 합작법인 지분을 외국 법인에 양도한 것처럼 회계처리한 뒤 실제로는 차명으로 계속 보유했다. 한국법인의 수출 대부분을 이 해외 합작법인과 거래하면서, 수출대금 일부를 회수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외 합작법인에 이익을 몰아주고 이를 사주가 관리하는 해외 계좌로 빼돌렸다.

사주가 기업 이익을 가로채기 위해 해외 합작법인을 이른바 ‘빨대 회사’로서 악용한 사례다.

국내 기업·개인 등을 상대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 B는 국내 계열사들과 단순 지원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B사 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B사는 국내 계열사들이 단순한 기능만 수행하고 계약 체결권이 없는 것처럼 속여 고정사업장 지위를 피해왔다. 그 결과 B는 한국에서 원천 소득을 내지 않고 국외로 이익을 빼낼 수 있었다.

국세청은 국내 고정사업장 지위 회피 혐의로 B에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수 천억원을 추징할 예정이다.

한국법인 C의 사주는 주소, 가족·자산 상황 등으로 미뤄 국내 거주자이지만, 잦은 입출국으로 국내 체류 일수를 조절해 비거주자로 위장했다.

여러 나라에 머물면서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세금 유목민(Tax Nomad)’이 되기 위한 편법으로, 사주는 실제로 내국법인 C의 수출 거래에 본인이 소유한 다른 나라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소득을 탈루했다.

기업 등 법인뿐 아니라 개인의 역외 탈세 사례도 적지 않다.

D는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해외 신용카드를 사용해 고가 명품 시계·가방 등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이 카드 대금은 모두 국내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부친이 대납해준 것으로, 이는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은 명백한 변칙 증여에 해당한다.

세무사신문 제761호(201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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