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대신 일반 형법 적용…1심 징역 12년 선고 후 검찰은 항소 포기
사회격리 위한 치료감호처분도 못 내려

 

2008년 말 8세 여자아이를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이 3년 뒤면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검찰과 법원의 사건 처리나 처벌 수위가 적정했는지를 놓고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과 18범인 흉악범의 재범 위험성을 불안해하는 국민 감정과는 달리 조두순의 때 이른 출소가 예정된 것은 검찰의 느슨한 법령적용과 항소 포기, 법원의 치료감호 처분 미(未)선고 등이 복합적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09년 조씨를 기소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옛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강간상해'죄를 적용했다.

성폭력특별법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지만 검찰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형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검찰의 법 적용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그 경위가 뒤늦게 밝혀졌다.

성폭력특별법이 2008년 6월 개정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상해범에 대한 무기징역 처벌이 추가됐는데, 검찰이 조씨를 기소하면서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관행대로 형법상 강간상해를 적용했던 것이다.

기소 당시 법적용을 잘못했어도, 재판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바로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시도하지 않았다. 조씨가 적극적으로 범행을 부정하자, 유죄를 입증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공소장 변경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1심 법원은 조두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기소한 검사는 무기징역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재판을 담당한 공판 검사가 검찰 내부의 항소 기준에 맞춰 항소를 포기했다.

징역 12년이 강간상해범에게는 이례적 중형으로 볼 수 있지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더 다퉜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1심 법원은 조씨가 만취한 나머지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는데, 조씨가 심신미약 수준이 될 정도로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형량은 더욱 가중된다. 검찰 입장에서는 2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툴만한 충분한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2심 법원과 대법원은 1심이 선고한 징역 12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었다.

법원이 징역 12년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7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을 명령했지만, 조씨를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치료감호처분을 내리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강간치상죄를 포함해 전과 18범인 조씨가 출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데도 검찰과 법원이 치료감호처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못 했다는 것이다.

당시 형법상 각종 보호처분이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검찰이 치료감호처분 청구에 소극적이었고, 법원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고 있고, 범인의 형량을 다투는 상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아울러 보호처분을 적극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입법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원 '제발 조두순 재심다시해서 무기징역으로 해야됩니다'에는 지난 10일까지 4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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