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은행이 5천억 내놓기로…나머지는 민간 모험자본 끌어들여 조성
캠코에 '혁신지원센터'…자본 수요-공급자 잇는 '결혼정보업체' 역할

정부가 1조원 규모의 모자(母子) 펀드를 만들어 모험자본을 유도, 중소·중견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8일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8개 은행, 캠코, 성장금융과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정부가 지난 8일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발표한 '시장중심의 상시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모자 펀드는 일단 1조원 규모 조성이 목표다. 이날 MOU를 맺은 산업·수출입·기업·우리·농협·하나·국민·신한 등 8개 은행을 중심으로 5천억원을 내놓는다.

출자는 내년 2월까지 이뤄진다. 펀드에 먼저 돈을 붓는 방식이 아니라 캐피탈 콜(capital call·한도 내에서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돈을 붓는 것) 방식이다.

이렇게 조성된 모(母)펀드의 운용은 성장금융이 맡는다. 모펀드는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사모펀드(PEF)들을 조성한다. 자(子)펀드를 두는 셈이다.

PEF에 대한 모펀드의 출자는 50% 미만으로 유지한다. 나머지는 민간 투자자(LP)를 자본시장에서 끌어들이고, 민간 운용사(GP)를 둔다.

금융위는 "모펀드 규모 이상으로 LP를 유치할 계획이므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되는 펀드 규모는 총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구조조정이 은행권, 특히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기업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운다는 지적을 피하고자 LP를 50% 이상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각 PEF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PEF 입장에선 투자 기업)을 고르는데, 모펀드는 이들 자펀드의 운용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모펀드는 기본 계획을 세우는 전문위원회, 자펀드 출자 계획을 마련하는 출자위원회, 자펀드 위탁운용사를 정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둔다.

금융위는 "모펀드는 자펀드에 관여하지 않고, 자펀드 투자심의에서 수익 기반으로 투자대상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자금은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공급된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대기업과 기간·전략산업은 여전히 채권은행 중심으로 구조조정한다.

우선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회생형 시장(존속가치>청산가치)의 기업에 먼저 투자한다. 이후 청산형 시장(청산가치>존속가치)의 부실채권(NPL)에도 투자한다.

각 PEF가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할 LP를 모집할 때 캠코가 플랫폼을 제공한다. 캠코 지역본부에 27개 기업구조혁신 지원센터를 두고, 온라인으로 연결한다.

지원센터는 LP에 구조조정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기업에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LP를 물색해주면서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맞추는 '정보업체' 역할이다.

우선 자율협약(B등급)·워크아웃(C등급) 기업에 적격 LP와 정부의 재기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플랫폼Ⅰ'이 만들어진다.

이어 회생법원과 MOU를 맺어 회생절차 기업(D등급)의 정보를 LP들에 제공하는 '플랫폼Ⅱ'도 추진한다.


캠코는 또 곳곳에 흩어진 회생절차 중소·중견기업 채권을 사들여 'DIP(Debtor In Possession·기존 경영권 유지) 금융'을 제공한다.

기업의 부동산 등을 사들여 재임대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LB·Sale and Lease Back)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 DIP 금융과 S&LB 예산은 각 1천500억원이다.

캠코는 금융 공공기관들로부터 정기적으로 기업 NPL을 사들여 DIP 금융과 S&LB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이렇게 결집된 채권에 대한 LP를 자본시장에서 모집한다.

모펀드 중 일부는 '프로젝트 펀드'로 만들어 한도성 여신을 공급한다. 한도성 여신은 영업에 필요한 당좌대출, 할인어음, 무역금융, 외상매출담보대출 등이다.

회생절차 중소기업은 캠코의 DIP 금융을 활용하거나, 서울보증이 구조조정 기업당 최대 150억원의 이행성 보증(RG)을 지원해 한도성 여신을 확보할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으로 2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1만1천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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