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공동성명…디지털세 부과 논란 해결의지도 확인
트럼프때와 달라진 분위기…'안정적 환율' 삭제하고 '보호무역주의 퇴치' 삽입

주요 20개국(G20)은 7일(현지시간) 올해 중반까지 법인세 하한선 설정과 디지털세 부과 등 글로벌 조세 어젠다에 관해 합의에 기반한 해법을 도출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봄 총회 기간인 이날 화상 회의를 열고 이같이 뜻을 모았다. 한국도 G20 회원국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조세 의제와 관련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현대적인 국제 조세 시스템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미국이 이번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법인세 인하경쟁 중단을 위해 국제적인 법인세 하한선 설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제안을 적극 환영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이 주도하는 다자간 협의체에서 올해 중반께 합의가 가능하리라 전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아주 찬성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로 현재 OECD에서 논의 중인 12.5%보다 훨씬 높은 21%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성명은 글로벌 '디지털 공룡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 문제를 놓고 빚어진 국제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도 평가된다.

현재 법인세는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부과가 가능한데, 디지털 기업은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법인세가 과세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미국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에 디지털세 과세를 추진하고 미국이 반대하며 통상 마찰을 빚었다.

성명은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BEPS)의 포괄적 이행을 위한 140여개국 간 다자간 협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가 정해진 기한까지 미해결 문제에 대응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이행체계는 그동안 디지털세 부과 방안과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등을 협의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두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논쟁이 벌어진 핵심 협상 분야였다며 이 문제의 신속한 해결은 정부 수입 증대를 촉진하며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이번 회의의 성명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 성향이 강했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달라진 분위기가 반영됐다.

성명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 2017년부터 삭제된 '보호무역주의 퇴치'라는 용어가 부활하고, 기후변화에 관해서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 증진은 점점 더 시급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고 좀 더 분명한 표현이 들어갔다.

또 트럼프 행정부 때 삽입된 '안정적 환율'이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기초 펀드멘털을 반영하는 환율'이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는 달러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 달러' 추구와 결별 의지를 밝힌 옐런 장관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성명은 구체적으로 "우리는 환율 유동성이 경제의 적응력을 촉진한다는 데 주목한다", "우리는 경쟁적 (환율) 평가절하를 자제하고 경쟁적 목적으로 환율 목표를 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G20 장관 등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제전망이 개선됐지만 부양책을 조기에 철회해선 안 된다는 다짐을 재차 확인했다.

또 보건시스템을 강화하고 코로나19 백신에 공정하고 손쉽게 접근 가능하며 저렴한 백신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공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IMF가 특별인출권(SDR) 6천500억 달러(7천270조 원)를 추가로 발행할 것을 요청했다.

또 저소득국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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