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개신교·조계종, 반대 의사 밝혀…'느긋' 천주교와 온도차

종교계는 21일 종교활동비 내역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게 한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이 입법예고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들과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번 시행령 수정은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 성향의 개신교 단체들이 만든 한국교회 공동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이날 "종교활동비는 종교 공금이자 종교의 순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이라며 "이 내역을 신고하게 될 경우 종교활동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인의 개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다 동의한 부분이지만, 종교활동비는 개인 소득으로 볼 수 없는 필요 경비"라며 "종교활동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은 우리 종단과 출가수행자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계종은 "참선수행과 기도수행, 염불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구하는 스님들에게 사찰에서 지원하는 수행지원과 관련된 비용은 '소득'이 아니며 '종교활동'도 아닌 그 자체가 우리 종단의 존립기반인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조세정책이 출가한 승려로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본교육과 법계·수계교육을 위해 지원하는 비용까지도 소득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이어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약 10여일 앞둔 시점에 구체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입법예고 내용은 조세정책 집행의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국가정책의 편향성을 보여준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천주교는 이미 1994년부터 신부의 월급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해 왔기 때문에 타 종단에 비해서는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논의 과정에서 천주교의 입장은 일관되게 국법에 따라 납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강석훈 목사는 "기재부가 그간 문제점들로 지적된 것을 많이 보완한 것 같다"며 "현재는 종교나 종교인 스스로 종교활동비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종교활동비로 볼 것인지까지도 더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개인에게 지급된 종교활동비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그 내역은 반드시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라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종교단체는 종교인 개인별 소득명세를 1년에 한 번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에 종교활동비도 포함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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