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과 무관'은 회사가 증명해야"…'르노삼성 성희롱' 피해직원 손 들어줘
"피해자 소송 도운 동료직원에 보복인사도 불법행위"

회사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직원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했다면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인사조치가 성희롱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은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직장 상사로부터 1년여간 성희롱을 당한 박씨는 2013년 6월 해당 직장 상사와 더불어 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가 있는 회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인사발령으로 대응했다.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3년 7월 박씨의 소송을 도운 직장동료 최모씨를 사소한 근무시간 위반을 빌미로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같은 해 9월에는 소송에 필요한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료직원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견책처분을 내렸다. 10월에는 박씨를 기존 전문 업무에서 빼 비전문 업무에 배치했고, 12월에는 박씨의 직무를 정지하고 대기 발령했다.

박씨는 회사의 이 같은 보복성 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재판 중인 법원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에서는 회사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사용자로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와 피해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성희롱 가해자인 직장 상사에 대해서만 1천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직장 상사가 항소를 포기해 회사에 대한 재판만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비전문 업무배치로 부당 발령한 책임을 인정해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박씨의 직장동료 최씨에 대한 정직처분과 박씨에 대한 견책처분, 대기발령 처분은 정당한 인사조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씨와 최씨에 대한 회사의 인사조치가 모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우선 "회사의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등을 고려해 불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인사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을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견책처분에 대해 "회사가 비슷한 사유로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박씨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견책처분을 내렸다"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씨에 대한 대기발령 역시 "종전에 같은 정도의 사안에서 회사가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며 불법적인 보복성 인사라고 봤다.

최씨에 대한 정직 1주일 처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유독 최씨만을 대상으로 장기간 출입기록을 조사해 근무시간 위반으로 징계처분을 내렸다"며 보복성 인사라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2심 법원은 박씨와 최씨에 대한 회사의 인사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심리하게 됐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법원의 판시대로 2심 판결이 다시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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