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내역 파악 내년부터 가능…증여가액 평가방법도 올해까지는 불분명

가상자산(가상화폐) 가치가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증여에 매기는 세금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까지는 거래 내역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자산가치를 평가할 방법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 가상자산, 올해 증여해도 세금 내야…"현실적으론 과세 어려워"
10일 기획재정부와 세무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도 가상자산 증여는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세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이나 경제적 이익,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사실상의 모든 권리에 포괄적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가 가상자산 증여 등 관련 거래 내역을 파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개정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오는 2022년 1월부터 거래소 이용자들의 분기별, 연도별 거래 내역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바꿔 말하면 내년 1월 전까지는 정부가 특정 거래소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는 한 거래 내역을 제출받을 근거가 없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가상자산 증여는 세법상으로는 과세 대상이 맞지만, 실제로 납세 의무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과세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해외 거래소, 또는 개인간거래(P2P)를 통해 가상자산을 증여할 경우에는 사실상 내역 파악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9월까지 취급 업소로 등록하지 않는 거래소는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경우 아예 거래 내역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가상자산을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건 기록이 나오지만, 비상장주식과 마찬가지로 기록을 안 남기고 자기들끼리 (거래) 하게 되면 현금 거래가 사실상 과세가 안 되는 경우랑 비슷하게 취급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올해는 자산가치 평가 기준 없어…"다툼 벌어질 수도"
가상자산 증여 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도 올해까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과세 대상인 가상자산 가격은 상속·증여일 전후 1개월간 일평균 가격의 평균액으로 계산하도록 돼 있는데, 이 시행령이 시행되는 것은 역시나 내년 1월부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증여 시점과 신고 시점 사이 가격 차이가 벌어질 경우 조세 행정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부모·자식 간 증여의 경우 10년간 총 5천만원까지 비과세인데, 증여 당시 6천만원이었던 가상자산 가치가 신고 시점에 4천900만원으로 떨어진다면 신고자 입장에서는 신고 시점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금을 매기려면 명백하게 평가액이 있어야 하는데, 시행령에 평가 방법이 없으니 아마 다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경근 부문장은 "신고자가 자기한테 편리한 방향으로 신고를 하는 식으로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있다"면서도 "시행령이 내년부터 시행되긴 하지만 그걸 준용해서 평가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올해 안에 증여하자" 세금 회피 우려도…"과거 내역 추적·추징 가능"
일각에서는 자산가들이 관련 제도가 정비되기 전인 올해 가상자산 증여 및 처분을 마무리하고 세금을 회피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올해 자녀에게 가상자산을 증여하고, 자녀가 이 자산을 올해 안에 시장에서 처분해 소득을 올린다면 해당 소득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을 수 있다.

법무법인 오킴스 송인혁 변호사는 "(세금 회피 수요는) 당연히 있을 것 같다"면서 "다만 내년에 올해 거래 건을 확인해서 증여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추가로 과세하는 정책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교수 역시 "현재 조세 행정상 당장 (가상자산 증여를) 알긴 어렵겠지만, 내년부터는 제도가 정비되기 때문에 올해 내역을 추적해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선 증여를 신고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며, 애초에 소득이 발생했다면 증여가액에 포함해서 신고하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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