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답변 결과에 상관없이 4월 임시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시다.”
(3월 16일 조세소위, 고용진 소위원장)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답변서를 받고 4월 임시국회에서 세무사법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또다시 통과시키지 않자 세무대리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법에 공백이 있어 세무대리부터 징계, 납세자 권리보호까지 모든 측면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 고통은 커져만 가는데 뜬금없는 `종부세'를 걸고 넘어지며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오전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소위를 개최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세무사법 개정안과 종부세법 개정안을 함께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참석해 결국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2004~2017년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에 대해 세무대리업무 허용 범위를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배제하느냐 마느냐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99%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대 국회 기재위에서 통과된 내용을 존중(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 제외 및 실무교육 1개월)해 통과시키자는데에 의견이 모아졌으나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박형수 의원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돼 왔던 것이다.


이유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위헌 가능성이 있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계속해서 반대했고, 결국 전문가를 불러 공청회 형식으로 소위를 개최하기까지 했으나, 헌재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면서 또 개정안에 합의하지 않았다.


결국 헌재는 기재위에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등은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즉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을 제외하느냐 마느냐는 입법권자인 국회의원이 결정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22일 예정되었던 조세소위에서는 염원하던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애초에 3월 임시국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므로 헌재 답변서가 오지 않아도 4월 임시국회에서는 결론을 내리자’고 했었고, 헌재에서는 답변서를 제출했으며, 실제로 조세소위 일정이 22일로 잡히면서 그 기대감이 더 커진 것이다.


애초에 조세소위 일정이 잡히려면 양당 간사간 협의가 되어야만 소위 일정이 잡힐 수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조세소위를 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안건과 회의 일정을 정해서 열기로 했던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논의해 통과시키자고 잠정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종부세를 걸고 넘어지면서 세무사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한 22일 회의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무대리업계에서는 그야말로 국민의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세무사는 “지난번에는 헌재 의견을 받아야한다며 미루더니 이번에는 종부세로 물타기하느냐”며 “헌재 답변도 나왔고 합의해 주기로 했으면 하면 되는 걸 가지고 종부세와 같이 논의하자니 국민의힘이 욕을 먹는 이유, 김종인의 아사리판이라는 이유를 알겠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소위도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소위는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며 13대 국회에서부터 내려오는 관행에 의한 것이다. 모두가 합의해 잡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만, 한 명만 반대하더라도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식물국회’를 만드는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돼왔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입법공백 사태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세무사 개업을 기다리는 많은 새내기 세무사들, 그리고 법에 의해 정당하게 세무대리업무를 해야하는 변호사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국회의 만장일치 관행으로 인해 피해만 입는 상황이 지속되자 ‘아름다운 관행’이라는 딱지를 던지고 다수결로 소위 운영방식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세무사시험에 합격하고 정상적으로 세무사를 못하고 있는 청년세무사들은 “종부세법은 5월에 어차피 정부안이 나올 건데 왜 같이 심의를 하자고 미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국민 고통을 외면하면서까지 종부세법 개정안을 핑계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조세소위에는 국민의힘에서 부동산 세금 감면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의 상정을 밀어붙였고, 민주당이 당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안 상정을 거부하자 결국 파행했다.

 

세무사신문 제795호(20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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