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남 현 중앙일보 기자
          하 남 현 중앙일보 기자

해묵은 과제였던 종교인 과세가 마침내 올해부터 시행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국 이후 조세 체계가 갖춰진 이래 종교인에 대해 과세하는 획기적 전환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종교인 과세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1968년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종교계의 거센 항의로 과세를 철회한 이후 종교인 과세는 성역과 다름없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말기에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공론화했지만 반발에 밀려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숱한 진통 끝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정한 세법 개정안은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나마 ‘2년 유예’라는 단서조항이 달려 2018년으로 시행 시기를 미뤘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도 종교인 과세 시행이 순탄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을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준비가 안됐다”라는 이유였다. 비판 여론에 밀려 개정안은 수면위에 가라앉았지만 이번에는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지난해 11월 열린 종교인 과세 긴급 간담회에서는 “세무 공무원이 교회를 세무조사할 수 없도록 국세청 훈령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무조사는 세법의 올바른 집행을 위한 국세청 고유 업무인데 이런 조사를 받지 않도록 법제화해 달라는 게 몇몇 종교인의 요구였다.

일반 납세자, 특히 ‘유리 지갑’을 지닌 근로소득자는 납득하기 어렵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건 조세 정책의 근간이 되는 기본 원칙이다.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종교인에게 이런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일종의 특혜였다.

일각에서는 “종교인들이 이런 특혜를 마치 당연히 누렸어야 할 권리로 여기는 건 아닌가”라는 비판이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종교인 과세를 두고 “교단을 탄압하려는 정부 술책”이라는 일부 교계의 주장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종교인 과세 관련 댓글에 한 네티즌은 “(종교인 과세가 종교인 탄압이라면) 법인세는 기업 탄압이고, 근로소득세는 근로자 탄압이고, 주민세는 주민 탄압인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오히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종교인 과세에 특혜 조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는 돈은 무제한 비과세된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증빙한 경우 비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기독교계 등이 강하게 요구하면서 바뀌었다.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 의결기구 또는 종교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특정 교회에서 종교활동비라고 규정하면 그것으로 끝이란 얘기다.

비과세되는 종교활동비 규모와 내역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인 회계를 별도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종교단체 회계는 아예 들여다보지 않겠다고 했다.

볼 수 있는 것은 종교인 회계다. 교회 장부는 들여다보지 못하고 목사 장부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세무조사 역시 사실상 어려워졌다. 교회나 사찰 세무조사는 원천금지됐다. 목사나 스님에 대한 개인 세무조사는 가능하지만 이때도 국세청은 사전고지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시행 후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건국이래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인데다, 여러 이해 관계자에 둘러싸여 있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하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세금을 거두는 데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준다면 나머지 납세자들이 납득하겠는가.

이미 세금을 걷기로 결정한 것을 되돌린다면 조세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종교인 과세 역시 원칙에 맞게 다뤄야 할 문제다. 향후 ‘지속 보완’을 약속한 정부가 이를 지킬 지 납세자들이 지켜볼 것이다.

종교인 과세에 반기를 든 일부 종교인들은 왜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상당수 종교인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봐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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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15호(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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