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연구원 2년전 보고서, GTX 필요성 거론…"김포 축, 광역버스 입석률 최고"
'강남·하남 직결' 등 지자체 요구 봇물…노선중복 등 문제로 평가점수 낮아

향후 10년 미래 철도망의 청사진을 담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2021∼2030)'이 발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 일로다.

지난달 22일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김포∼부천을 연결하는 GTX-D 노선 계획이 처음 공개된 이후 김포 등 서부권 주민은 '강남 직결'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천 영종·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Y'자 형태의 GTX-D 노선을 요구하고, 서울 강동구와 하남시 등도 GTX-D 노선 확장을 요구하고 있어 '핌피'(PIMFY·수익성 있는 사업을 유치하려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광역버스 평균 입석률 김포 축 7.5% 최고…교통연구원 보고서
물론 김포를 비롯한 서부권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심각한 교통난이 있다.

단적으로 김포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을 잇는 '김포골드라인'은 2량짜리 경전철로,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이 2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100명 285명이 탑승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GTX-D 노선을 김포에서 부천까지로 정한 구체적 근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5일 "상반기 안으로 확정할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계획 확정 전에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등을 통해서도 서부권 교통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2019년 8월 교통연구원이 펴낸 '광역교통난 해소를 위한 수도권 교통개선대책' 보고서에는 수도권의 광역교통 현황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교통연구원이 2016년 10월 기준 교통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수도권 8개 광역교통축의 광역버스 입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용 인원 대비 입석 인원을 나타내는 교통축별 노선 평균 입석률은 김포 축이 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과천·안양(7.0%), 인천·부천 축(5.0%) 등 순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그래픽] 광역교통축별 광역버스 입석률

또 서부권의 대중교통 수단 분담률은 49.7%로, 승용차(45.8%)보다 높았지만, 대중교통 평균 통행시간은 62분으로, 승용차(51분)보다 이동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편 김포시에서 발생하는 통행분포를 보면, 승용차 통행의 주요 목적지는 인천 서구(15.0%), 고양시 덕양구(10.1%), 파주시(8.1%), 서울 중구(7.6%), 강서구(7.4%), 마포구(6.1%), 영등포구(5.4%) 등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통행의 주요 목적지는 서울 영등포구(19.1%)가 가장 많았다. 강서구(14.9%), 인천 서구(12.9%), 고양시 일산동구(8.0%), 서울 마포구(7.5%), 인천 계양구(5.6%)가 뒤를 이었다.

교통연구원은 서부권 교통 상황에 대해 "시설 측면에서는 광역철도 및 광역도로가 부족하며, 광역버스 노선 또한 부족한 실정"이라며 "수요 측면에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및 수도권 외 타지역으로의 모든 통행의 이동 경로가 분산되지 않고 서울 강서구 지역으로 집중돼 도로 혼잡이 극심하다는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수도권 전반의 교통상황에 대해 "수도권에서 인근 도심까지 1시간 이내로 통행 가능한 권역을 등고선으로 나타내면 남서 방향으로 치우친 모습"이라며 불균형한 광역철도 사업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교통연구원은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1시간 통행권을 수도권 전반에 균형 있게 분포시키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이동성이 낮은 지역에 광역(급행)철도 노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GTX 영향권 밖의 김포 축은 GTX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광역통행 이동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안 광역급행철도 노선의 도입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 경기도·인천시 노선안 경제성 떨어져…수요 2호선 중복도 문제
이처럼 교통연구원은 일찌감치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기도나 인천시가 요구한 안보다는 대폭 축소된 안을 제시했다.

인천시가 제시한 노선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에서 출발한 뒤 부천에서 합류해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는 'Y자' 노선 형태다.

해당 노선의 총 길이 110.27㎞로 총사업비는 10조781억 원으로 추산됐다.

또 경기도는 부천·김포·하남 등 3개 시와 함께 자체 마련한 노선안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은 김포에서 검단·계양, 부천, 서울 남부, 강동을 거쳐 하남에 이르는 총 68.1㎞ 구간이다. 사업비는 약 5조9천375억 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른바 GTX-D 노선으로 불리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는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만을 연결하는 것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담긴 상태다.

이에 앞서 교통연구원은 이번 4차 철도망 구축계획안 수립 과정에서 각 지자체 등이 제안한 200여 개 사업안을 검토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제시한 GTX-D 노선안은 교통연구원이 진행한 비용편익분석(B/C) 점수가 경제성을 따지는 척도인 '1'을 밑돈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성 외에 정책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경기도 안과 인천시 안은 200여 개 사업안 중에서 평가 결과가 중하위권에 그쳤다.

또 수도권 사업의 경우 기재부 지침을 준수하면 낙후도에 따라 균형 발전 점수를 부여할 수 없는데, 이런 평가체계도 경기도 안이나 인천시 안이 중하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분석된다.

게다가 정책성 평가에서는 교통 수요 문제를 따지게 되는데, 경기도나 인천시가 제시한 노선안은 서울지하철 2호선과 거의 중복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나 인천시 안대로 GTX-D 노선이 놓이게 되면 2호선 수요의 상당 부분을 빼앗아 오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지난해 적자 규모만도 1조 원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다.

현재 GTX-D 노선의 확장 가능성은 높아 보이진 않는다.

국토부는 GTX-D 노선을 GTX-B 노선과 연계해 서울 여의도나 용산까지 직결 운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이는 운행 방식의 문제일 뿐 건설계획과는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는 가급적 다음 달 안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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