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업소발 감염 확산에 불만 속으로 삼켜

"수도권 유흥주점 업주들은 장사도 못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 유흥시설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니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잇따르면서 한 달 넘게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수도권 유흥업 업주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세영 인천영세유흥업번영회 회장은 27일 "인천 지역 유흥주점 업주들은 1년간 300일 가까이 정상 영업을 못 하고 있다"면서 "모두 불만이 가득하지만, 최근 비수도권 유흥시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다들 내색도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앞서 정부가 다음 달 13일까지 3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도 연장됐다.

현재 인천에서는 유흥주점·단란주점·콜라텍(무도장 포함)·헌팅포차·감성주점·콜라텍 등 유흥시설 6개 업종 1천651개 업소의 영업이 금지된 상태다.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 유흥주점 업주들은 계속되는 집합금지 조치에 반발해 영업 강행 의사를 밝히며 집단행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비수도권 지역 유흥시설과 노래방 종사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내부적으로 영업 재개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들 업주는 장기간의 집합금지 조치로 인한 고통에 더해 각종 지원 정책에서 유흥업이 배제되는 것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토로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인 채모(47)씨는 시중 은행에서 8천700만원 상당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채씨는 월 임차료 270만원을 비롯해 가게 유지비로만 매달 300만원씩 고정적으로 지출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어렵사리 마련한 대출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유흥업은 신용보증 제한업종으로 묶여 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외적 지원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 은행들도 유흥업이 건전한 사회 풍토를 저해한다고 보고 대출 제한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채씨는 "중·고등학생 자녀 2명의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매달 600만∼700만원씩 나가는데 영업을 못 하니 속만 탄다"고 했다.

이어 "개인 주택담보대출로 급한 불을 껐지만, 사실상 유흥업 사업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유흥주점 업주 A씨는 이달 초 건물주로부터 더는 임대료 인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건물 임대료를 내리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A씨 가게는 유흥시설이라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를 깎아준 이른바 '착한 임대인'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착한 임대인은 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받는다.

A씨는 매달 275만원 상당의 임차료를 내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물주의 도움을 받아 30만∼50만원씩 낮춘 금액으로 월세를 내왔다.

이에 건물주는 착한 임대인 소득공제를 신청하려 했으나 A씨 업종으로 인해 감면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임대료 인하도 멈추기로 했다.

A씨는 "야속한 생각이 들었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는 아무런 혜택 없이 임대료를 깎아줄 이유는 없다"면서 "결국 유흥업 업주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제 지원 시 한정된 재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이때 유흥업이나 사행성 업종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뒷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영세유흥업번영회 관계자는 "유흥업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영업에 가장 많은 차질을 빚은 업종"이라며 "그런데도 특수업종이라는 이유로 여러 지원 제도에서 가장 쉽게 배제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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