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밀려난 공급방안…"파격적 추가 대책 필요"

 

부동산 정책 주도를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세제 개편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막판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송영길 당 대표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 등 완화론자들은 종부세·양도세 부담이 중산층으로 급격히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이 민심에 부합한다는 입장이지만 친문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는 부자 감세와 집값 상승을 우려한다.

4·7 재·보선이 끝난 지 2개월이 되도록 여당 주도 부동산 정책이 확실한 '한 방' 없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집값은 꾸역꾸역 오르고 있다.'

◇ 긴장 높아진 여당 종부세 전선…막판 세 대결 예고
4·7 재보선 참패 이후 '대오각성' 차원에서 추진된 여당의 부동산 정책 재검토가 공회전만 거듭하다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겠다고 나섰으나 정책 불협화음으로 내홍만 깊어진 모습이다.

부동산 세제의 경우 재산세 완화에는 당내 공감을 얻었으나 핵심인 1주택자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에는 제동이 걸렸다.

종부세는 애초 부과 기준을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당내 반발이 커지자 공시가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나 반대 진영의 벽에 막혔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친문을 중심으로 한 진보·개혁 성향의 의원 63명은 지난 10일 세제 개편안 반대 의견을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부동산 세제 완화는 명백한 부자 감세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추진해온 정책의 틀과 일관성을 뒤집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 "당이 견지해 온 원칙을 조금 더 무겁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때그때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종부세 과세이연제도 도입 등 부분적 손질에는 동의하지만, 종부세·양도세의 과세 기준 완화는 초지일관 반대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에 있어 결국 가진 사람이 버티면 정부가 물러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부동산 세제 기조의 선회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론은 세제 완화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넥스트리서치가 최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 상위 2%로 하자는 의견에는 찬성이 39.7%, 반대가 31.9%였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에는 찬성이 51.7%, 반대가 29.8%였다.

민주당은 애초 지난 11일 정책의총을 열어 부동산 세제 완화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다가 당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이번 주로 미뤘으나 반대파의 응집력이 워낙 강해 논의 과정에서 심한 마찰만 빚은 채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뒷전으로 밀린 공급방안…"파격적 추가 대책 필요"
부동산 세제 개편과 함께 여당 일각에서 '상상 그 이상'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 공급방안에 대한 시장 관심도 크다.

내용에 따라서는 여기저기서 구멍이 뚫린 기존 공급대책을 보완 또는 대체하면서 강력한 시장 안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집값의 16%만 있으면 임대로 거주하다가 10년 후 미리 확정된 분양가에 매입할 수 있는 '누구나집' 시범사업 방안을 내놓았으나 공급 규모가 1만여 가구에 불과하고 인천과 경기도 5개시에 분산돼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으로는 미흡하다.

이보다는 여당 부동산특위가 지난달 27일 부동산 공급·금융·세제 개선안 발표 당시 제시했던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군 공항· 저수지·교정시설 등의 기반시설 이전,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과 복합개발 추진, 서울 등 도심 추가 복합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지속할 경우 그동안 금기시됐던 그린벨트 해제, 한강변 개발 등 통념을 벗어난 파격적인 서울과 수도권 추가 공급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당·정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공급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공급 대상 발굴 등을 위한 '연도별·프로젝트별 공급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추가 공급 방안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200만호, 이명박 정부 땐 보금자리주택 100만호 등 압도적 공급책으로 집값이 안정됐던 전례가 있다"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장의 의표를 찌르는 파격적 공급방안이 나온다면 영끌 빚투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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