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지만 숨기고 싶은 정보는 돋보기를 들이대야 보이는 깨알 같은 글씨로 쓰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표기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를 파는 건설업계는 층간소음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성능 등급을 입주자 분양공고에 표시해야 하는데, 이를 일부러 저화질 그림으로 표기해 내용 확인이 어렵게 하는 행태가 팽배하다.

국토교통부는 4일 이같은 아파트 분양공고의 꼼수를 막고자 성능 등급을 소비자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하도록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등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형 법규상 1천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소음차단 등 주택의 품질 성능등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소음, 구조, 환경, 생활환경, 화재·소방 분야 56개 항목에 대한 성능평가 결과를 별(★)표로 4개 등급으로 구분해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표시한다.

그러나 규정상 성능 등급을 표시하게 돼 있고 그러지 않았을 때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는 있으나, 이를 흐릿하게 표시한 경우에 대한 벌칙은 없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성능 등급을 표시는 하면서도 알아보기 어려운 흐릿한 그림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하반기 공고된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문 중 1천가구 이상으로 성능 등급 의무표시 대상인 23건을 확인한 결과 모두 등급을 알 수 없게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규를 제대로 지킨 건설사가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권익위는 작년 말 국토부에 유명무실한 공동주택 성능 등급 표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권고했고, 국토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성능등급이 제대로 표시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성능등급 공개 대상이 1천가구 이상으로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판단하고 기준 가구수를 줄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작년 하반기 공고된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문은 총 226건으로 이 중 1천가구 미만은 203건(89.8%)에 달했다.

이같은 조치는 층간소음 등 공동주택의 품질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피해 상담 건수는 2014년 2만641건, 2015년 1만9천278건에 이어 2016년 1만9천495건 등 연간 2만여건에 달하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으로 초래된 강력사건도 매년 1~2건씩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공동주택 성능 등급 표시제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권고안이 나온 만큼 올해 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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