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요? 이젠 제 생활이 우선이에요"
30대 직장인 최진희씨는 지난해까지 대기업 디자인 회사에서 많은 연봉을 받으며 일을 했지만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최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늘 미안했다"며 "퇴근 후 자유시간이 보장되는 작은 회사로 옮기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적게 벌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것.
취업준비생 신지선(25)씨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지난달에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말로 좋은 직장의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일까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김난도 교수는 올해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워라밸을 제시했는데요. 김 교수는 사생활을 중요시하고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소비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서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봉이 적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하게 지킬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는 비율이 75.5%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취업 전문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역시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 '근무(퇴근)시간 보장'이 50.6%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워라밸이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직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과거 세대는 직장에서 이름을 남기는 것을 최대의 가치로 생각했지만, 요즘 세대는 미래보다는 지금 느끼는 행복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이 교수는 워라밸이야말로 바람직한 직장문화라며 우리 사회에 워라밸 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일과 가정에서 느끼는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