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트라우마에 가까이만 가도 '벌벌'…겨울엔 입양자도 적어 '썰렁'
유기동물 年 10만 마리…반려동물 보유 가구 늘지만 동물등록제 인식 낮아

 

오매불망 새 주인 기다리는 유기견들

"올해도 벌써 많이 들어왔어요. 여기 믹스견(잡종견) 다섯 마리도 지난주에 버려졌는데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것 같아요."

'황금 개띠 해'를 맞은 지 열흘이 지난 10일 오후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동물보호센터.

시끄러운 소리와 코를 찌르는 냄새 탓에 도심에서 밀리고 밀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을 센터의 주변은 고요했다.

직원 두 명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을 지나 유기동물이 있는 시설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유기견들이 귀가 멍해지도록 짖었다.

녹색 펜스에 달라붙어 사납게 짖어대는 유기견들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묻어 나왔고, 세차게 흔들어 대는 꼬리에는 반가움이 섞인듯했다.

몇몇 유기견들은 낯선 사람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무언가를 갈망하는듯한 애처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쳐다봤다.

나오고 싶어 발버둥 치다 지쳤는지 고개만 빼꼼 걸쳐놓은 모습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따라오는 동그란 눈동자들이 눈에 밟혔다.

조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다가는, 한 번이라도 쓰다듬었다가는 데려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멀찍이 떨어져 셔터만 눌렀다.
 

새해에도 쓸쓸히 새 주인 기다리는 유기견들

찾아오는 이는 많았지만 정작 데려가는 이는 없는걸까.

어딘가 힘들고 슬퍼 보이는 눈빛은 "엄마에게, 또는 새 가족에게 데려다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몇몇은 다리가 휘거나 잘렸고, 눈병이 걸린 듯 점막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심하게 충혈돼있었다.

미용은 고사하고 언제 목욕을 했는지도 아득해 보이는 푸석한 털 사이로 피부병에 깊은 상처가 드러난 유기견들도 있었다.

기자가 실제 이곳에서 2016년 입양했던 잡종견처럼 상처가 깊어 보이는 유기견들은 사육시설 한편에 잔뜩 움츠린 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직원 양모(27)씨는 "학대를 받은 유기견들은 사람이 가까이만 가도 경기를 일으키고 거품을 물어요. 상처를 받아 사람을 꺼리는 동물은 입양도 어려워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유기견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5∼6평 남짓한 크기다. 흙바닥으로 된 운동장과 매트가 깔린 사육실로 구성된 공간에는 최대 8마리가 생활한다.

잡종견부터 시츄·몰티즈·푸들·포메라니안·코커스패니얼·요크셔테리어 등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아도 알 법한 유명한 품종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이곳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새해에도 쓸쓸히 새 주인 기다리는 유기견들


12일 현재 이곳에는 유기견 120여 마리와 버려진 고양이 10여 마리가 있다. 이 중 7마리는 2016년에 들어왔는데도 아직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해 흙바닥에서 지낸 기간이 햇수로 3년째다.

센터에는 매일 적게는 1∼2마리부터 많게는 10마리씩 새로운 유기동물이 들어온다. 대부분 유기견이다.

올해도 벌써 19마리가 들어와 6마리는 주인을 찾았으나 13마리가 남겨졌다.

동물보호법상 유기동물 법정 보호 공고 기간은 불과 열흘. 공고 기간이 끝난 뒤 추가로 보호하는 기간은 제각각이지만 이곳 센터는 입양 시까지 보호한다.

상당수는 원래 주인 또는 새 주인을 찾아가지만 선택받지 못한 유기동물은 질병 노출 위험 속에서 자연사하거나 선택받을 때까지 이곳을 지킨다.

입양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지만, 겨울철은 뜸한 편이다.

날씨가 풀려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봄이나 돼야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난다.

모두가 선택받을 수는 없는 애석한 상황에 양씨는 "오래 있는 유기견들이 입양되지 못하고 자연사할 때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버려진 어린 강아지 5남매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10만1천55마리로 2016년 8만8천636마리보다 1만2천여마리 늘었다.

유기동물 수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춘천의 경우 보호센터 직원은 두 명뿐이다.

출근하자마자 청소하고, 사료 주고, 물을 갈면 오전 일과가 끝난다.

오후엔 어리거나 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따로 격리된 유기견들을 산책시켜주고 또다시 청소하면 금세 해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알아보기도, 신경 써주기도 벅차다.

눈에 띌 정도로 아픈 동물은 치료를 받고 격리되지만, 심장사상충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한 병의 감염 여부는 알기 어렵다.

가끔 시니어클럽 노인들이 와서 일을 도와주지만, 겨울엔 날이 춥다 보니 그마저도 발길이 뜸하다.

2016년 11월 봉사활동 중이던 중학생이 대형견에게 손을 물려 다친 뒤로 자원봉사도 받지 않고 있어 일손 하나가 아쉬운 형편이다.
 

오매불망 새 주인 기다리는 유기견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28.1%로 2012년 이후 지속해서 늘어나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것을 막고자 2014년 7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 동물등록제는 등록비율이 크게 늘지 않아 지난해 기준 33.5%에 그쳤다.

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등록제도를 알지 못해서, 또는 동물등록방법과 절차가 복잡하다는 게 등록하지 않은 이유였다.

새 주인은 만났을까. "반려견을 버린 사람들의 무책임이 가장 무섭다"는 동물보호센터 직원의 말이 한참이나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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