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변한 것 없는 미얀마에 안간다"…힌두교도 500명만 송환 동의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합의한 국경 이탈 로힝야 난민 송환 개시 시점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65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들은 여전히 미얀마로 돌아가기를 꺼리고 있다.

난민들은 수세대에 걸쳐 살아온 고향 마을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았던 과거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가 더 크다.

지난해 9월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유혈 충돌을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촌으로 도피한 하미드 후사인(72)씨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를 털어놓았다.

그의 난민 생활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992년 26만 명의 난민에 섞여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적이 있는 그는 이듬해 미얀마로 돌아갔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후사인은 "당시 우리는 미얀마 정부가 송환된 난민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줄 것이며 평화롭게 살게 해줄 것이라는 방글라데시의 말만 믿고 돌아갔다"며 "하지만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는 권리와 안전이 영구적으로 보장되어야만 미얀마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얀마 측의 시민권 부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로힝야족을 설득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얀마 정부는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 난민의 경우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실제로 시민권을 부여할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저 타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신분 확인 절차를 통과한 송환 난민은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군의 폭력을 경험한 난민들의 공포도 송환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난민 하피줄라(37)씨는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누구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의 개입 없이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 그들은 나중에 우리를 또 공격할 것이며, 체포할 것이다. 반군을 도왔다고 몰아세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65만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 가운데 현재까지 송환에 동의한 난민은 5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아니라 불교도의 박해를 받지 않았던 힌두교도들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먼저 무작위로 뽑은 10만 명의 난민 명단을 이달 중으로 미얀마 측과 공유하고, 신원확인이 된 난민을 대상으로 미얀마 송환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동의하면 곧바로 미얀마로 송환되지만 거부하는 난민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할지는 미지수다.

미얀마 측은 본국으로 돌아온 난민을 2개의 임시 난민촌에 일단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을 원래 살던 마을로 돌려보낼지는 알 수 없다.

로힝야족이 살던 마을은 대부분 불탔고 그들이 농사를 짓던 논은 강제 수확을 마쳤다. 가축은 난리 통에 죽거나 노략질의 대상이 됐다. 고향 마을에 돌아가더라도 삶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신원확인이 끝난 난민들이 미얀마행을 원하더라도 65만 명을 송환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얀마 당국은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송환 난민 수를 300명가량으로 제시했다.

난민 전원 송환에 최소 6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1992년 난민사태 당시에도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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