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투자자의 2%' 소수 고액 투자자만 혜택…"세제 일관성 지켜야" 지적도
당장 내년부터 과세 시작…올해 법 고쳐야 하는데 뚜렷한 윤곽 없어

내년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방침을 주창하면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당장 올해 안에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 '발등에 불' 주식 양도세 폐지…올해 안에 법 뜯어고쳐야
16일 대선 공약집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개인 투자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폐지 방향이나 방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향후 주식 양도세 폐지 등의 경제 공약을 정부 부처와 원만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방침만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주식을 포함한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천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윤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관련 세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 금융투자소득 중 주식만 제외 vs 금융투자소득 과세 자체 폐기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23년 과세가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의 범위에서 주식만 제외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오랜 논의를 거쳐 도입한 금융 세제의 골간은 유지할 수 있지만, 채권이나 펀드 등 기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만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에 상장 주식뿐 아니라 채권, 파생상품, 펀드 등 여러 종류의 금융투자상품이 다 포함돼 있는데, 단순히 상장 주식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면제해줄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예 금융투자소득 과세 자체를 폐기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없었던 일로 하는 동시에 현재 시행 중인 대주주 과세 제도를 폐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금융상품 투자자 간의 형평성 논란은 일단 해소된다.

이와 함께 현재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역시 납세 의무에서 제외된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주주를 '대주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기는데, 앞으로는 개인 투자자라면 주식 보유 금액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금을 내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반대로 금융투자소득과 근로·사업소득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다른 소득과 비교해 금융투자소득의 비과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투자자 2%만 혜택 가능성…세제 일관성 저해 지적도
나아가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이 소수 고액 투자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식의 경우 5천만원이 넘는 양도 차익에만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정책연구' 제10권 제3호에 실린 논문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세수 효과'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를 내는 투자자의 규모는 2014∼2017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주식 투자자의 2%에 해당하는 약 9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투자소득 과세가 폐지되면 전체 투자자의 2%만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 세제의 일관성이 무너지는 것도 문제다.

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10년 넘게 여러 논의를 거쳐 증권거래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주식 양도세가 거래세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해온 만큼, 이러한 세제의 일관성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도 "주식 양도세 확대 불가피"…개인투자자 여론이 관건
더불어민주당 역시 주식 양도세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 지사는 과거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부자 감세 반대'라는 6글자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여소야대 국회에서 주식 양도세 폐지를 위한 세법 개정을 진행하기까지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 양도세 과세에 부정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에 따라 정치권에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23년부터 과세가 시작되는 가상자산의 경우 투자자 여론에 밀린 양당의 합의로 비과세 범위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앞선 대선 과정에서 양당은 이미 가상자산 투자 수익 비과세 범위를 5천만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주식 투자와 달리 단순 무형자산인 가상자산 투자에 추가로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 한목소리로 비과세 확대를 주장하는 만큼 끝까지 입장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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