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일부 조항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시민단체 "환영" 통신자료 수집 헌법불합치에는 "기본권 침해 판단 미흡…깊은 우려"

공직선거법 위헌 신청 사건 헌재 선고에 대한 입장발표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헌 신청 사건 헌법재판소 선고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충연 용산참사 유가족(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선거 기간의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이에 따른 처벌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대상으로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22.7.21 yatoya@yna.co.kr

선거 기간 집회나 모임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21일 나오자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가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면서도 "다수의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입법자들에게 개정을 권고했으니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앞서 이날 공직선거법 제103조 3항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부분과 관련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의 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과 광고, 문서·도화의 첩부·게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조항 등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선거 기간 후보자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 '나는 찬성한다' 등을 얘기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황당한 법리로 처벌한 경찰, 검찰,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 오늘 결정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공식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며 "선거법 독소조항으로 이미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이 '선거사범'이 된 만큼, 국회는 즉시 선거법 개정에 나서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중 한 명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도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탄압하고 봉쇄했던 독소 조항들에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권리 향상에 중대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이충연 씨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저희의 정당한 싸움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현 국민의힘 의원의 20대 총선 출마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2016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그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을 명한 만큼 국회는 남은 기간 신속하게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다음 선거부터는 다시는 이런 부당한 일로 피해를 보고 전과자가 되는 시민들이 없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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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9개 시민단체는 이날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관련 4건의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환영보다는 그 미흡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2016년 법원이나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통신자료를 우회적으로 취득하는 제도인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며 "통신자료 취득에 영장 및 적법성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정기적 감독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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