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 공개
"재산에 건보료 물리는 국가, 사실상 우리나라뿐"

지역가입자 건보료 인상 (PG)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건강보험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진이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자고 제안해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건보료를 물리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매기는 등 이원화된 부과 체계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 재산 기본공제…'1단계 1억원→2단계 2억원→3단계 재산보험료 100% 해소'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초안을 최근 내놓았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5년마다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1차 사업은 올해 끝나고 내년부터 2차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자 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연구 중이다.

복지부는 오는 1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 책임자인 보사연 신현웅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초안에서 "보험료 부담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소득과 개인 중심으로 부과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특히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비중을 단계별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가입자의 주택·토지 등 재산에 대한 기본공제를 1단계 1억원, 2단계 2억원 등으로 올려서, 3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재산보험료를 해소하고 고액 재산가에만 부과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다 안정적으로 건강보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보험료 부과 소득을 프리랜서 등 고소득 일용 근로소득이나 가상화폐, 금융투자소득(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소득)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그간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고자 힘써왔다.

국회 여야 합의에 따라 지난 2018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1단계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2022년 9월에 2단계 개편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매기는 보험료를 낮췄다.

구체적으로 지역가입자가 소유한 주택·토지 등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 수준에 따라 500만∼1천350만원 차등 공제하던 데서, '5천만원을 일괄적으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췄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보험료는 그간 1,600cc 이상 등에 부과하던 것을 '잔존가액 4천만원 이상 자동차'에만 매기는 쪽으로 바꿔 보험료 부과 대상 자동차를 기존 179만대에서 12만대로 대폭 줄였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매기는 보험료는 그간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개선하고자 등급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의 일정 비율(2023년 기준 7.09%)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그래픽] 건강보험료 징수액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2차례 부과체계 개편에도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비중' 상당히 높아

그렇지만 이런 2단계 개편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중 재산 보험료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여전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만큼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비중을 실질적으로 낮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그동안 꾸준히 주문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재산 비중(전월세 포함)은 2021년 44.14%에서 2단계 개편 후인 지난해 41.24%로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 41.44%로 다시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부동산 등 재산에 지역건보료를 매기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2개국뿐이다. 일본의 재산보험료 비중은 10% 이하여서 재산에 건보료를 물리는 곳은 사실상 우리나라뿐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가입자의 불만은 상당하다.

지역가입자에게 소득 외 재산 등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 것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소득구조가 다르고,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지역가입자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는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 비용을 국세청에 직접 신고하게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탈루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소득 파악률이 떨어졌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소득 추정 용도로 재산과 자동차를 보험료 부과 기준으로 활용했다.

구체적으로 건보 당국은 건강보험제도를 1977년 상근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고서 1988년 농어촌 지역에서 1989년 도시 지역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은 점을 고려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요소에 소득과 재산, 가구원 수를 포함했다.

이후 1998년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으로 나뉜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를 통합하면서 종합과세소득 또는 평가소득, 즉 재산 및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단계를 거쳤다.

현재 자동차에 지역건보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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